2008.10.03 16:18

프쭘번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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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쭘번은 캄보디아 최대 명절 중의 하나입니다. 캄보디아 국민들이 지키는 전통 명절은 크게 세 번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쫄츠남"이라고 부르는 캄보디아 전통 설날(양력 4월경)입니다. 두 번째는 "본 움뚝"이라고 부르는 물 축제(양력 10월경)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쭘번"이라는 명절입니다. 프쭘번은 불교 국가인 캄보디아에서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불교 명절 중의 하나입니다.

음력으로 추석이 지난 그믐날부터 3일간 지키게 됩니다. 올해는 양력 9월 28일부터 30일까지였습니다. 공식적으로는 3일간의 공휴일이지만 보통은 15일간 "프쭘번"을 지키게 됩니다. "프쭘"이라는 말은 "모으다"라는 의미이고, "번"이라는 뜻은 주먹밥과 같은 "밥 덩어리"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밥을 모은다는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프쭘번은 "죽은 조상들에게 밥을 제공하기 위해 절에 모이는 절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8월 한가위가 달이 가장 밝은 때라고 말하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8월의 달이 가장 어둡다고 여깁니다. 특히 8월 그믐은 일 년 중 가장 어두운 때이며, 그래서 염라대왕이나 저승사자들이 가장 큰 힘을 가지는 때입니다. 불교 교리에 따라, 캄보디아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환생을 하기 전에 극락과 지옥에서 지낸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은 음식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아주 굶주리게 되는데 프쭘번이 되면 굶주린 조상들의 귀신이 이 세상으로 돌아와서 15일 동안 자신들이 평소에 다니던 절을 방문하여 후손들이 제공하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돌아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후손들은 이 기간이 되면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여 조상들이 다녔던 절에 음식을 바칩니다.

후손들은 보통 7군데의 절을 순회하며 음식을 바치는데, 그 이유는 조상들이 어떤 절에 와서 음식을 먹을지 모르기 때문에 조상들이 다녔던 여러 군데의 절에 모두 음식을 바치는 것입니다.

만약 이 기간 동안 후손들이 음식을 절에 바치지 않거나, 혹은 후손들이 게을러서 한 두 군데의 절에만 음식을 바쳤는데 조상들이 음식을 바치지 않은 다른 절에 갔다가 음식을 먹지 못하면, 이리저리 떠돌다가 굶주린 배를 안고 돌아가서 후손들에게 저주를 붓는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조상들이 배불리 먹고 돌아가면 후손들에게 복을 내린다고 여깁니다.

죽은 조상에게 음식을 바치는 것이 자신들의 삶에 복과 저주를 결정한다는 무서운(?) 교리로 인해, 후손들은 이 기간이면 조상이 주는 복을 받기 위해 많은 음식을 준비하여 고향의 절을 찾아 갑니다. 때문에 도시는 한산해지고 대부분의 가게들도 문을 닫고 쉬게 됩니다.

그러나 최근들에 프쭘번을 지내는 풍경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해도 프쭘번 기간뿐만 아니라 전후 며칠 동안 가게 문을 닫고 시장이나 상가들도 문을 많이 닫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 가게들은 하루만 쉬거나 아예 쉬지 않는 가게들도 많고, 상가는 거의 정상영업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더구나 프쭘번이 비록 전통 명절이기는 하지만 불교의 명절이기 때문에 불교의 전통을 잘 따르는 세대들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젊은 세대나 무늬만 불교인 사람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공휴일 정도로만 여기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프쭘번은 여전히 캄보디아에서 가장 중요한 절기 중의 하나이며 불교 국가인 캄보디아의 수많은 절간들과 중들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수단임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