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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에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토요일 새벽 세시까지 그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도덕성"에 관한 고민을 하며 글을 썼습니다. 제가 고민으로 밤을 세우며 글을 쓰고 있었던 새벽, 한국의 봉하 마을 노무현 대통령도 아마 컴퓨터 앞에 앉아 계셨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남길 마지막 글을 쓰고 계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벽 세시쯤(한국 시간은 5시입니다)에 잠이 들었습니다. 토요일 아침 9시 30분부터 교회에서 한글 교실이 있기 때문에 8시 30분에 알람시계를 맞추고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 7시가 조금 지났을까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가운 햇살에 잠이 깼습니다. 부스스한 모양으로 일어나 앉았는데 아침 일찍 일어난 현섭이가 티비를 보고 있었는지 티비 소리가 들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등산 중에 추락하여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벌떡 일어나 거실로 뛰어 갔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티비에는 커다란 글씨로 자막이 떠 있고 아나운서는 연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락사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뉴스를 보는 순간 "자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그가 "인간 노무현"이라면 자살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소위 말하는 386세대입니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녔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시해로 시작된 신 군부의 등장과 광주 사태(광주민주화운동), 무자비한 폭력으로 얼룩진 대학, 분신... 80년대의 혼란을 고스란히 겪으며 대학을 다녔습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지금 이렇게 민주화가 된 것은 그 때 그 자리에 제가 서 있었기 때문이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골단의 무자비한 폭력, 그 당시 대학생들이 '지랄탄'이라고 불렀던 다연발 최루탄의 연기 아래 서 있었습니다.

 

이렇게 혼란스러울 때 노무현은 민주 운동가로 그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잘난 법관의 옷을 벗어 던지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국회의사당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국회의원 명패를 집어 던지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사실 노무현은 대통령이 될만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의 "도덕성"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다른 정치인과는 달았습니다. 분명히 달랐습니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정직하고 부러질 정도로 꼿꼿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에게 한 표를 기꺼이 던졌습니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탄핵이라는 폭풍우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를 지켜낸 것은 "도덕성" 이었습니다. 측근의 비리가 드러나기도 하고 실정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도덕성"으로 그는 모든 역경을 이겨 냈습니다.

 

퇴임하고 봉하 마을로 온지 일년이 조금 지난 후 그는 세상에 마지막 글을 남기고 자살을 택했습니다.

 

대통령의 임기를 마치고 봉하 마을로 내려왔을 때 그가 처음 했던 말은 "대통령 좀 잘하고 못하고 그게 뭐 그리 중요합니까?" 그에게는 그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통령 좀 잘하는 것보다는 도덕성을 앞 세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도덕성을 가장 큰 신념으로 삼고 살던 사람은 도덕성이 그의 생명을 유지하는 원천입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신념과 생명의 원천인 도덕성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가 정치 보복인지 아니면 정말 노무현 대통령에게 비리가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건 그에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생명처럼 지키고 싶었던 도덕성이 자의이든 타의이든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노무현 대통령의 마음 속에 들어가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해는 합니다. 자신의 도덕성이 스스로의 부도덕 때문에 무너졌던, 아니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에 의해 무너졌던, 그 도덕성이 무너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가슴이 까맣게 탔을 것입니다. 제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밤을 새우면 도덕성에 대해 고민하며 글을 쓰고 있을 때, 그도 아마 밤을 새우며 도덕성을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목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무엇이 목사를 목사 되게 하는 것일까? 설교 잘하면 목사일까? 아닌 것 같습니다. 큰 교회 목회하면 목사일까?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목사를 목사 되게 하는 것은 도덕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목사는 설교에 은사가 있어 설교 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목사는 매주 죽을 쑤는 목사도 있습니다. 큰 교회에서 목회하는 목사도 있지만 시골에서 무너진 교회를 지키는 목사도 있습니다. 그것이 목사를 목사답게 만들지 못합니다. 목사는 목사다운 도덕성을 지닐 때 목사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도덕성을 잃어버리면 그가 아무리 설교를 잘해도, 아무리 큰 교회를 목회해도, 모든 사람들이 목사님이라고 불러 주어도, 그는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목사일 수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신이 그렇게 지키고 싶어 했던 도덕성이 무너졌을 때, 그 좌절감과 고통과 참담함이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픕니다. 다른 사람의 죽음에 눈물을 흘려 본적이 참 오래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눈물이 납니다.

 

캄보디아 땅에서 선교사로 살면서 제가 발버둥 치며 지키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바르게 살자"는 것입니다. "투명하게 살자"는 것입니다. 이 땅에서의 삶이 때로는 힘들고 어렵습니다. 말로 할 수 없고, 표현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일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더 바르게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 투명하게 살고 싶습니다. 다 잃어버리고 다 빼앗기고 다 없어져도 목사다운 목사로는 남아 있고 싶습니다.

 

그 때 그곳에 바르고, 투명하고, 도덕적이었던 한 목사가 살았었다고 그렇게 남아 있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눈물이 흐릅니다.

 


  • ?
    로꾸루톰 2009.05.23 22:14
    저는 노사모도 아니고 고 노무현 대통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도덕성을 지키며 정직하게 살기를 원했던 한 사람이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버린 안타까움에 글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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