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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6_01100122000002_01M.jpg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형식미와 숭고미를 갖춘 르네상스시대 최고의 걸작이다. 장중하고 엄숙한 느낌을 주지만 화면구도는 매우 수학적이다. 긴 머리가 어깨까지 흘러내린 예수 그리스도는 화면 중앙에 앉아 있고, 12제자는 3명씩 4개 그룹으로 양 옆에 배치되어 있다. 만찬 식탁 뒤편으로 3개의 창문이 보인다. 이는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 네 복음서, 예루살렘의 열두 문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예수의 몸은 삼각구도를 이루고 있고 전체적으로 정확한 원근법에 의해 그려졌다는 해설이다. 유다의 튜닉 복장 등도 복식사 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유네스코는 1980년 이 작품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최후의 만찬’과 같은 제목의 주목할 만한 동양화 한 편이 있다. 운보 김기창 화백이 1950년대에 그린 성화다. 갓 쓰고 도포를 입은 선비들이 대청마루에 모여 있다. 마루 뒤편으로 격자무늬 창이 열려 있고 밖으로 나뭇가지와 푸른 하늘이 보인다. 얼핏 보면 문중회의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고담준론을 하는 선비모임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그림은 성서의 ‘최후의 만찬’을 재해석해 동양화로 그린 것이다. 선비는 모두 12명이고 중앙에 갓을 쓴 예수가 한복 차림으로 앉아 있다. 얼굴 뒤로 후광을 그려 예수임을 표현했다. 국내 화가가 그린 예수상 중 가장 오래된 그림이다. 그렇다면 갓 쓰고 도포 입은 예수상은 김기창 화백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였을까. 운보 그림보다 55년가량 앞선 국내 최고(最古)의 ‘갓 쓴 예수상’이 발견됐다고 한다. 1895년 간행된 우화 종교소설 <텬로력뎡(天路歷程)>에 삽화 형태로 들어간 그림이다. 작가는 한국인 최초의 국제화가로 평가받는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으로, 갸름한 얼굴에 이마가 넓고 인자한 눈매의 예수상을 그렸다.

기산의 예수상을 보면서 초기 기독교의 토착화 과정을 상상해 본다. 유교적 정서 속에서 성스러운 인물이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은 용납되지 않았으리라. 성탄절 풍속도 우리 식으로 재탄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요즘 미국에서는 ‘성탄절 음모론’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상업주의 세뇌로 크리스마스가 선물만 주고받는 이벤트로 전락했다는 반성이다. 새롭고 의미있는 성탄절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2009년 12월 25일 경향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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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꾸루톰 2010.01.02 00:16

    요즘 제가 읽는 책 중의 하나가 "선교의 상황화"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선교의 상황화란 "복음을 어떻게 전해야하는가?"라는 문제를 다룹니다.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예수님과 기독교는 그저 서양 사람들의 종교 중 하나일 뿐입니다. 어떻게 예수님을 서양 사람들의 종교가 아니라 캄보디아 민족의 구원자란 사실을 소개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신문을 읽다가 발견한 작은 글에서 요즘 제가 생각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올려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