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3 16:57

최고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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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jpg 201302.jpg

(마리)



캐나다에 이민가서 평생을 사셨던 집사님과 대화를 하는 중 그분이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카나다에 사는 동안 이민 오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는데 공항에 처음 마중 나온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이민 생활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처음 마중 나온 사람이 햄버거 가게를 하는 사람이면 그 사람도 나중에 보면 햄버거 가게를 하고 있고, 처음 마중 나온 사람이 구두 수선 가게를 하는 사람이면 나중에 보면 그 사람도 그걸 하더란 겁니다.


지난 주일 예배를 다 마치고 점심 시간이되어 뭘 먹을까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집에서 가까운 쏘반나 쇼핑몰에 가서 피자나 먹자 생각하고 나와서 아내와 같이 피자를 먹었습나다. 주변에서는 꽤 큰 쇼핑몰이라서 사람들도 많습니다. 중간 크기의 피자를 하나 시켜서 한참 먹고 있는데 예쁘게 생긴 캄보디아 아가씨 네명이 웃으면서 인사를 합니다. 누군가 보니 우리교회 멋쟁이 아가씨 마리, 끼어, 레악, 쏘찌엇입니다. 뜻밖의 만남에 반가워 왠일이냐고 물었더니 놀러 왔답니다. 점심 먹었느냐고 물었더니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직이라고 해서 피자를 시켜 같이 맛있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피자를 다 먹고 일어나는데 뭔가 좀 섭섭해서 아이스크림 먹을래라고 했더니 입꼬리가 올라가며 “자(예)”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래서 같이 바로 옆의 아이스크림 가게로 가서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먹고 한참 이야기 하며 놀다가 헤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7-8년 전 이와 똑같은 일이 있었는데 생각나느냐고 아내에게 물었더니 아내도 지금 그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7-8년 전 처음 교회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였습니다. 교회가 쓰레기 하치장 바로 옆 빈민가에 있어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방금 쓰레기통에서 건진듯한 차림으로 교회를 왔었습니다. 옷은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누더기 같은 것을 입고, 몸에서는 땀 냄새와 함께 캄보디아 특유의 냄새가 머리가 아플 정도였습니다.


그날도 주일 예배를 마치고 개장한지 얼마 안된 그 쇼핑물에 잠시 들렸습니다. 그런데 저만치서 눈에 익은 아이들 서너명이 저를 보고 인사를 했습니다. 주일학교 아이들이었습니다. 썸낭, 레악, 쏘찌엇... 그런데 교회 올 때는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있더니 쇼핑몰 올 때는 깨끗한 옷에 한껏 멋을 내고 왔습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더러운 옷을 입으면 쇼핑몰 경비들이 못 들어오게 한답니다. 왠일이냐고 물었더니 구경 왔다고 해서 뭘 구경했느냐고 물었더니 에스컬레이터를타고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 먹는 사람들 구경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는데 귓가에 아이들의 말이 자꾸 맴돌았습니다. 햄버거 먹는 사람들 구경했다는 말이... 그래서 다시 돌아가서 아이들을 찾았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며 오르락 내리락하는 아이들을 다시 발견하여 전부 데리고 햄버거 가게로 갔습니다. 먹어 보았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햄버거와 콜라를 하나씩 사 주었습니다. 얼마나 맛있게 먹으며 행복해 하는지....


그때 다른 사람이 먹는 햄버거를 보며 침을 흘리던 그 아이들이 교회에서 잘 성장하여 청소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쇼핑몰에서 또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돈 없는 아이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그때나 지금이나 에스컬레이터나 타면서 다른 사람이 햄버거 먹는 것을 구경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그곳에서 누구를 만났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기쁨에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냥 아무도 못 만나거나 같은 처지의 친구를 만나거나 했었다면 그냥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하다가 집으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를 만난 아이들은 햄버거에 피자에 아이스크림까지... 풀코스 행복을 누렸습니다.


예전에 스라이 끼어가 갑자기 “목사님 고마와요. 목사님을 못 만났으면 저는 평생 쓰레기 통이나 뒤지면서 살았을텐데 목사님 만나서 교회도 나오고 예수님도 만나고 고마워요”라고 해서 눈물이 날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201301.jpg

(스라이 끼어)



아이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런 말이 생각 났습니다. “아침에 누구를 만나느냐 따라 하루가 달라지고 청소년, 청년의 때에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누가했던 말이 아니고 제가 방금 만든 말입니다. 


비단 청소년, 청년 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도 그럴 것입니다. 이민 생활을 시작할 때 공항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 의해 이민 생활의 방향이 정해진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듯합니다. 우리 삶은 이처럼 만나는 사람이 누구이냐, 교제를 나누는 대상이 누구이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역시 최고의 만남은 예수님과의 만남입니다.

(201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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