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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이웃에 사는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하루는 두 사람이 사냥을 하기 위해 같이 집을 나섰습니다. 어느 숲 속에 이르러 한 사람이 큰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고 그곳에 덫을 놓으며 말했습니다.


“나는 이 나무 아래에 덫을 놓을 거야. 이 나무를 보니 열매도 많고 분명히 짐승들이 밤에 열매를 먹기 위해 올 것 같아”


옆에 있던 또 한 사람도 “나도 이 나무에 덫을 놓고 싶은데 네가 나무 아래에 덫을 놓으니 그곳엔 할 수 없고 나는 나무 꼭대기에 덫을 놓을게”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 덫을 설치하고 내일 아침에 다시 오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나무 꼭대기에 덫을 설치한 사람은 그날 밤 잠자리에서 아내와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조상 대대로 그 누구도 나무 꼭대기에 설치한 덫에 네발짐승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 내일 아침 닭 울 때 일어나서 먼저 숲으로 가서 만약 나무 아래 덫에 짐승이 잡혀 있으면 그걸 나무 꼭대기에 내가 설치한 덫으로 옮겨 두고 올 거야. 그리고 혹시 옆집 친구가 자기 것이라 주장할지도 모르니까 재판관에게 뇌물을 주고 해결하면 될 거야.”


다음날 나무 꼭대기에 덫을 설치한 사람은  새벽 일찍 일어나 먼저 숲으로 갔습니다. 덫을 살펴보니 나무 아래에 설치한 덫에 사슴이 한 마리 잡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얼른 그 사슴을 자신이 나무 꼭대기에 설치한 덫으로 옮겨 놓고 나무 아래의 덫은 처음처럼 다시 설치해 두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침이 되어서 나무 아래에 덫을 설치한 사람이 덫을 확인하러 가자고 옆집 친구를 찾아왔습니다. 시치미를 뚝 떼고 말하기를 “일찍 가서 봐야 뭐 하겠어… 난 기대 안 해. 나무 꼭대기 덫에 무슨 짐승이 잡혀있겠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 혹시라도 네가 설치한 덫에 뭐라도 잡혀 있으면 좀 나눠주기나 해”


두 사람이 숲 속 나무에 왔을 때 나무 꼭대기에 덫을 설치한 친구가 “야 이것 봐 내가 나무 꼭대기에 설치한 덫에 사슴이 잡혔네. 이거 믿을 수 없는 일이네. 나무 꼭대기에 덫을 설치한 게 정말 잘한 일이네” 이렇게 말하고 사슴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무 꼭대기에 덫을 설치한 친구가 사슴 고기 얼마를 가지고 재판관에게 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판관님, 제가 친구와 같이 덫을 놓아 짐승을 잡으러 갔는데 친구는 나무 아래에 덫을 놓고 저는 나무 꼭대기에 덫을 놓았습니다. 저는 거짓말을 잘하는 나쁜 놈입니다. 혹시 친구가 와서 재판하면 제가 이길 수 있도록 판결해 주시면 그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사슴 고기를 뇌물로 받은 재판관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지금 빨리 가서 ‘멀루 잎(구하기 힘든 귀한 나뭇잎)’을 구해서 와라. 친구가 와서 고소하면 똑같은 요구를 할 텐데  먼저 구해서 오는 사람이 이긴 것으로 할 테니 네가 지금 빨리 가서 구해서 가지고 와라” 그 말을 들은 나무 꼭대기에 덫을 설치한 사람은 급하게 멀루 잎을 구하기 위해 나갔습니다.


나무 아래에 덫을 설치한 사람 역시도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서 재판관에게 해결해 달라고 찾아왔습니다. 그러자 재판관은 역시 멀루 잎을 찾아서 가져오면 이기도록 해주겠다고 말하고 돌려보냈습니다. 한숨을 쉬며 집으로 돌아온 그 사람은 다음 날 아침에 멀루 잎을 찾으러 떠났습니다. 그러나 다른 친구는 이미 멀루 잎을 구해서 재판관에게 갖다 주었습니다.


절망스러운 얼굴로 여기저기 멀루 잎을 찾아 헤매던 사람을 “지혜로운 토끼”(캄보디아 전래 동화에는 토끼가 지혜의 상징입니다)가 지나가다가 무슨 일인지 물었습니다. 나무 아래에 덫을 설치했던 사람은 전후 사정을 다 이야기하고는 “나는 가난해서 멀루 잎을 살 수도 없고 어디 가서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토끼는 걱정하지 말고 오늘 오후에 같이 재판관에게 가서 도와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오후가 되어서 나무 아래 덫을 설치했던 사람이 토끼와 함께 재판관에게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재판관은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 넌 이미 재판에 졌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토끼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재판관님, 우리가 이렇게 늦은 이유는 이곳으로 오다가 ‘끄란’(민물 생선의 일종) 한 마리가 ‘엄뻘’ 나무에 올라가서 나뭇잎을 먹고 있길래 그걸 구경하다가 늦었습니다”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재판관은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우리 조상 때부터 물고기가 나무 위로 올라가서 나뭇잎을 먹는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뭔 헛소리를 하느냐”며 야단을 쳤습니다.


그때 지혜로운 토끼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우리 조상 때부터 나무 꼭대기에 설치한 덫에 네발짐승이 잡혔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재판관이 할 말을 잃고 있을 때 지혜로운 토끼는 나무 아래에 덫을 설치한 사람이 이 재판에서 이겼다고 말을 했습니다.


욕심으로 뇌물을 먹은 재판관은 마치 담벼락 아래 쥐를 잡기 위해 웅크린 고양이처럼 입도 벙긋 못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