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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독사를 비롯한 수많은 뱀이 있지만 처음 이 세상에 뱀이라고는 오직 한 마리, “깽꽁”이라는 뱀만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 한 부부가 딸과 살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이름은 “니”였고 딸의 이름은 “엣” 이었습니다. 남편은 장신구를 파는 상인으로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장사를 하였습니다. 어느 날 이웃들이 함께 산에 땔감을 구하기 위해 나간다는 말을 듣고 “니”도 딸 “엣”을 데리고 같이 나갔습니다. 숲에 이르러 니는 땔감으로 하기에 좋은 큰 나무를 발견하고 도끼로 나무를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도끼가 갑자기 빠져서 뱀이 사는 굴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니가 뱀 굴을 보니 깽꽁 뱀이 사는 굴이었습니다. 그래서 깽꽁 뱀에게 도끼를 돌려 달라고 말했습니다. 깽꽁뱀이 말하기를 “당신이 내 아내가 되겠다면 도끼를 돌려줄 것이고 거절하면 안 돌려 주겠다.”고 했습니다. 평소에 행실이 음란했던 니는 뱀의 말을 듣고 “그렇게 할게요. 나중에 저녁에 내 딸인 엣을 보낼 테니 그때 우리 집으로 오세요”라고 대답을 하고 도끼를 돌려받았습니다.


저녁이 되어서 니는 딸 엣에게 가서 뱀을 불러오라고 했고, 엣은 혼자 숲으로 가서 뱀 굴 앞에서 뱀을 불렀습니다. “깽꽁뱀님, 깽꽁뱀님, 우리 엄마 니가 당신을 불러요” 엣은 길고 큰 뱀이 무서웠지만, 엄마가 더 무서웠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들은 깽꽁뱀은 굴에서 기어 나와 엣을 따라 니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자리 들 때 니는 깽꽁 뱀에게 “나는 남편이 있는 여자예요, 그런데 남편은 장사하느라 2~3년에 한 번 집으로 와요.” 깽꽁뱀은 니에게 “그러면 남편은 언제쯤 집으로 올 것 같아?”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건 나도 몰라요”라고 니가 대답하고 둘은 아침 해가 밝을 때까지 잠자리를 같이했습니다.


아침에 깽꽁 뱀이 다시 돌아갈 때 “만일 남편이 돌아오면 우리 딸 엣이 당신을 부르러 가지 않을 거고, 엣이 당신을 부르면 그때는 남편이 없으니 우리 집으로 오면 돼요”라고 했습니다. 그날 이후 니는 매일 저녁에 딸 엣을 뱀 굴에 보내어 깽꽁 뱀을 불러 밤을 같이 보내었습니다. 엣은 날마다 무서운 뱀을 부르는 것도 싫었을 뿐만 아니라 엄마가 밤마다 뱀과 정분을 나누는 것이 아주 싫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일 저녁 엣은 뱀굴 앞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깽꽁뱀님, 깽꽁뱀님, 엄마 니가 당신을 불러요.” 그러면 뱀은 굴에서 나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엣, 엣 난 안갈거야 왜냐하면 네 아빠가 나를 칼로 동강 내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러면 엣은 다시 대답하기를 “우리 아빠는 장사를 떠나서 2~3년에 한번씩 와요. 아직 돌아올 때가 멀었어요.” 그러면 뱀은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니의 집으로 갔습니다.


얼마 후에 니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때마침 남편이 장사를 마치고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남편은 아내가 임신해서 배가 부른 것을 보고 아내를 의심해서 딸에게 물었더니 엣은 엄마가 깽꽁뱀과 불륜에 빠져있고 저녁마다 자기를 보내어 뱀을 불러온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은 딸에게 오늘 밤에도 엄마 모르게 뱀을 불러오면 내가 방문에 숨어있다가 칼로 죽이겠다고 말했습니다. 엣은 아빠의 말대로 깽꽁뱀 굴로 가서 평소대로 뱀을 불렀습니다.


“깽꽁뱀님, 깽꽁뱀님, 엄마 니가 당신을 불러요.” 

“엣, 엣 난 안 갈 거야 왜냐하면 네 아빠가 나를 칼로 동강 내버릴지도 모르니까.” 

“우리 아빠는 장사가서 2~3년에 한 번씩 와요. 아직 돌아올 때가 멀었어요.”


뱀은 평소와 다름없이 안전하다고 여겨서 엣을 따라 니의 집으로 갔습니다. 남편은 방문 뒤에 숨이 있다가 뱀이 들어올 때 칼로 세 동강을 내었습니다. 그리고 꼬리 부분은 헛간에 던져두고 머리 부분은 집 앞 뿟뜨리 나무(대추나무)에 걸어두고 가운데 몸통 부분은 껍질을 벗겨 딸에게 주면 요리를 해서 엄마에게 무슨 고기인지 말하지 말고 먹도록 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방안에 남은 모든 흔적은 깨끗이 지웠습니다.


마침 니는 먼 곳에 있는 친척 집에 갔기 때문에 깽꽁뱀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다음 날 아침에 돌아왔습니다. 엣이 음식을 만드는 것을 보고 무슨 고기로 만드냐고 물었는데 엣은 돼지고기라고 말하고 엄마에게 먹으라고 건네주었습니다. 니는 정말 돼지고기인 줄 알고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까마귀 한 마리가 뿟뜨리어 나무에 걸린 깽꽁뱀의 머리를 쪼아먹기 위해 앉아서 “꼴로우 꼴로우(까마귀 우는 소리)… 자기 남편 고기를 먹네…”라고 울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니가 나무 위를 보니 죽은 깽꽁 뱀의 머리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니는 깽꽁뱀이 너무 안타깝고 불쌍해서 눈물이 흘렀지만 함께 있는 남편이 무서워 소리 내 울지 못했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니를 본 남편이 왜 우느냐고 묻자 “ 따뜻한 밥과 국을 보니 가족 생각이 나서 운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까마귀는 계속해서 울며 “꼴로우… 꼴로우… 자기 남편 고기를 먹고 있네. 머리는 뿟뜨리어 나무 위에 있고 꼬리는 헛간에 있네.” 니가 헛간에 가서 보니 정말 꼬리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광경을 본 남편은 니가 깽꽁뱀을 정말 사랑해서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깨닫고 불같은 화가 나서 아내마저 죽이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만삭이 된 아내에게 둘이서 목욕하러 가자 말하고 숲속에 있는 웅덩이로 데리고 갔습니다. 웅덩이에 도착하자 남편은 또 말하기를 다른 사람들 없는 조용한 곳으로 가서 우리 둘만 목욕을 하자고 말하고 더 깊은 숲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니는 남편이 자기를 죽이려는 계획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남편이 정말 자기와 단둘이만 있고 싶어 하는 줄 알고 따라갔습니다. 한 웅덩이에 이르러 남편은 여기가 좋겠다고 말하고 아내 니에게 먼저 머리를 감으라고 말했습니다. 니가 웅덩이 곁에 앉아 머리를 풀고 감기 시작했을 때 남편은 칼을 꺼내 아내 등 뒤에서 두 동강으로 잘라버렸습니다. 

바로 그때 잘린 아내의 배에서 수많은 작은 뱀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남편은 깜짝 놀라 쏟아져 나오는 뱀들을 죽이기 시작했지만 어떤 뱀은 물로 들어가 버리고 어떤 뱀은 숲으로 들어가 버리고 어떤 뱀은 땅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 날 이후부터 이 세상에는 수많은 다양한 뱀들이 생겨났습니다.

(캄보디아에는 뱀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습니다. 캄보디아 설화에는 캄보디아 사람들은 뱀의 후손이라는 설화도 있고 지금도 전통 혼례식에는 뱀의 꼬리를 잡는 상징적인 예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