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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어떤 마을에 나이 많은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아주 예쁜 딸이 하나 있었는데 많은 총각이 청혼을 했습니다. 그러나 부부는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잘생긴 총각 하나가 찾아와서 딸과 결혼하고 싶다며 청혼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부부는 “ 만약 네가 어떤 경우라도 다른 사람을 욕하지 않고, 우리말에 잘 순종한다면 결혼을 허락하겠다. 그렇지 않다면 결혼을 허락할 수 없다. 우리가 미리 경고하는 것이니 나중에 딴말하면 안 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총각은 자신은 어떤 경우에도 다른 사람 욕을 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조건을 다 받아들이겠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장인은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오라며 돌려보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총각이 장인의 집에 갔더니 장인은 딸에게 아침을 준비해서 대접하라고 했습니다. 아침을 다 먹자 장인은 총각에게 소를 끌고 논에 가서 쟁기질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논에 있는 바위가 “떼우 떼우” 하며 울 때까지 절대 쉬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총각은 아침 일찍부터 한낮이 될 때까지 쉬지 않고 쟁기질을 했습니다. 그런데 바위는 울지 않았습니다. 배도 고프고 쟁기를 끌던 소도 지쳐서 움직이지 못할 지경이 되었는데도 바위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총각은 주저앉아 바위를 보고 “이런 못된 놈의 바위, 언제 울려나”라고 했습니다. 바로 그때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장인이 벌떡 일어나서 큰 소리로 총각에게 말했습니다. “왜 바위에게 욕을 하느냐. 누구에게도 욕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넌 약속을 어겼으니 당장 돌아가라”라고 했습니다. 그 총각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얼마 후에 또 다른 총각 하나가 청혼을 했습니다. 장인은 지난번 총각에게 했던 그대로 말하고 논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총각은 지혜로운 총각이었습니다. 집에서 점심으로 먹을 밥을 미리 준비해서 들고 논에 갔습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부터 쟁기질을 하였습니다. 점심때가 되어 소도 지쳐갈 때 총각은 쟁기질하며 준비한 밥을 먹었습니다. 오후가 되어 소가 더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총각은 바위 앞에 와서 빌며 말했습니다. “바위 님, 바위 님, 제발 좀 울어 주세요. 저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밥도 먹었고 늦은 밤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는 지쳐서 더 일을 못합니다. 나를 불쌍히 여기지 않아도 되지만 말 못 하는 소를 불쌍히 여겨서 제발 울어주세요”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바위는 울지 않았습니다만 총각은 욕을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바위 뒤에 장인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장인은 바위 뒤에 숨어서 언제 욕을 하나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총각은 욕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소만 죽을 고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장인은 “떼우 떼우”하며 바위 뒤에서 소리를 내었습니다. 총각은 그 소리를 듣더니 그제야 소의 쟁기를 풀고 쉬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장인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장인은 총각에게 내일 아침에 다시 오라고 말하고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날 밤에 부부는 잠자리에서 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놈은 보통 놈이 아니야, 절대 욕을 하지 않네. 그런데 너무 못생겨서 절대 우리 딸과 결혼은 안 돼. 어떻게 하면 이놈을 좇아 버릴 수 있을까?” 아내가 “간단해요. 내일 아침에 쌀자루 두 개를 준비해서 하나는 쌀을 가득 담고 하나는 당신이 그 속에 들어가 있으세요. 아침에 그놈이 오면 당신이 아침 일찍 산에 땔감을 구하려고 갔는데 이 쌀자루 두 개를 산에 간 당신에게 갔다가 주고 오라고 하겠어요. 그러면 무거운 쌀자루 두 개를 들고 가다가 힘들어서 분명히 욕을 할 거예요. 그때 당신이 쌀자루에서 나와서 그놈을 좇아 버리면 돼요”라고 했습니다. 부부는 아주 좋은 생각이라 만족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총각은 밤에 남몰래 장인의 집에 가서 부부의 침실 밖에서 그 이야기를 다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총각이 집에 오자 장모는 쌀자루 두 개를 보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인은 아침 일찍 땔감 구하러 산에 가셨는데 가시면서 네가 오면 이 쌀자루 두 개를 들고 빨리 산으로 오라고 하셨네.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드시고 가셨으니 너는 빨리 이 쌀을 들고 가서 장인에게 밥을 지어 드려라.” 총각은 쌀자루 두 개를 메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무거워 산을 오를 수가 없었습니다. 산을 오르다가 총각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고 장인 어르신... 배가 고파 더 갈 수가 없네요. 빨리 가지고 오라고 하셨지만, 이걸 들고 빨리 갈 수가 없습니다. 장인께서 아무리 야단치고 나를 비난해도 어쩔 수가 없네요.” 이렇게 말하고는 쌀자루를 땅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잘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서 쌀자루 주변에 쌓고는 불을 피웠습니다. 불이 점점 커져서 쌀자루 근처까지 옮겨가도록 지켜보다가 총각은 큰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고 누가 여기에 불을 질렀나. 내 쌀자루가 다 타버리겠네. 불을 꺼야 하는데 가까이 갈 수 없네”라고 소리치며 불을 지켜보다가 불이 쌀자루에 옮겨 붙을 때 뛰어가서 쌀자루의 불을 끄고 묶인 자루를 열었습니다. 자루 안에서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뜨거운 불을 견디느라 여기저기가 그을린 장인이 나왔습니다. 총각은 깜짝 놀라며 말하기를 “장인께서 왜 거기에 있습니까? 내가 불을 안 껐으면 장모님을 과부로 남겨두고 돌아가실 뻔했습니다.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그 속에 있었습니까? 소리쳤으면 내가 더 빨리 구해주었을 텐데요”라고 했습니다. 온몸이 불에 그을린 장인은 처량한 몰골로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총각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온 장인은 총각에게 내일 아침에 다시 오라고 말하고 돌려보냈습니다.

그날 밤, 잠자리에서 장인은 아내에게 “저놈을 어떻게 좇아버리지 참 고민이야. 아주 똑똑한 놈이지만 우리 딸 하고는 안 어울려. 오늘도 저놈은 내가 자루 속에 들어 있는 줄 알았어. 그래서 욕은 하지 않고 모른 척하고 자루 주변에 불을 질렀어. 나는 뜨거워 죽는 줄 알았는데 그놈은 불 끌 생각은 안 하고 옆에 서서 소리만 질렀어.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 말을 들은 아내는 “내일 거북이 사냥을 하러 가자고 하세요. 그리고  당신은 사냥꾼이 되고 그놈은 사냥개가 되라고 하세요. 그래서 종일 네 발로 걷게 만들면 돼요. 만약 네발로 걷는 것이 힘들어 일어서거나 거북이를 한 마리도 못 잡으면 그걸 핑계로 좇아버리면 돼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장인은 아주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총각은 그날 밤도 장인의 집 아래 숨어서 모든 말을 다 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벽 일찍 닭이 울기도 전에 일어나 거북이 사냥을 하러 갈 곳으로 가서 먼저 거북이 대여섯 마리를 잡아서 끈으로 묶어서 수풀 속에 숨겨 두고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총각이 집으로 오자 장인은 딸에게 아침을 준비해서 든든히 먹이라고 했습니다. 아침을 다 먹자 장인은 총각에게 “오늘은 거북이 사냥을 갈 거야. 두어 마리 잡아서 요리하려고. 그런데 우리 집에는 개가 없으니 오늘은 너는 개 역할을 해서 네 발로 걸어 다니며 거북이를 잡도록 해라. 만약 그대로 못하면 결혼은 없던 일이 될 거야”라고 했습니다. 총각은 그렇겠다고 대답을 하고 장인과 함께 거북이 사냥을 나갔습니다. 마치 개처럼 네 발로 걸으며 장인의 뒤를 따라가던 총각은 거북이를 숨겨둔 장소에 가서 개처럼 뛰어가서 “멍멍” 개소리를 내며 거북이를 입으로 물어서 장인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 후로도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대여섯 마리의 거북이를 잡아서 장인에게 주었습니다.

점심때가 되자 장인과 총각은 아주 배가 고팠습니다. 그래서 장인은 준비해온 점심을 펼쳐 먹으려고 준비를 했습니다. 그때 논에 소 떼 한 무리가 들어와서 심어 둔 벼를 밟고 있는 것을 장인이 보았습니다. 장인은 음식을 펼쳐두고 뛰어가서 소를 논에서 몰아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총각은 얼른 장인의 점심을 개처럼 다 먹어 버렸습니다. 장인이 돌아왔을 때 이미 음식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장인 화가 났지만, 개를 야단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개는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이 본성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점심을 먹지 못해 기운이 다 빠진 장인은 사냥은 그만하고 집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장인은 총각을 돌려보내면서 내일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그날 밤 역시 잠자리에 든 장인은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또 다른 묘책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아내는 내일은 서로 역할을 바꿔 당신이 개가 되고 그놈은 사냥꾼이 되어 그대로 갚아주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총각은 그날도 역시 모든 이야기를 훔쳐 들은 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장인은 총각에게 다시 거북이 사냥을 하러 가는데 오늘은 자신이 개가 되고 총각은 사냥꾼으로 역할을 바꿔서 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거북이 사냥을 위해 집을 나갔습니다. 총각은 네발로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장인을 막대기로 때리며 빨리 먼저 가서 거북이를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네 발로 달릴 힘이 없는 장인은 빨리 갈 수가 없어 계속 막대기로 맞았습니다. 오전 내내 총각에게 맞으며 네발로 들판을 뛰었지만, 거북이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기진맥진한 장인은 점심때가 되어 앉아서 밥을 먹으려고 했습니다. 그때 총각은 “이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개에게 밥도 아깝다”며 먹다 남은 뼈다귀 하나만 던져 주었습니다. 이빨이 성치 못한 노인은 그 뼈다귀마저도 먹지 못했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거북이도 잡지 못한 장인에게 총각은 막대기로 때리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개라며 구박하다가 집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온종일 네발로 걸어다니 장인이 집에 도착하자 총각은 장모에게 “장모님, 오늘 거북이를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이놈의 개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네요”라고 했습니다. 화가 난 장인은 총각에게 오늘은 집에 돌아가고 내일 아침에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총각은 집으로 가는 척했지만, 밤에 장인의 집 아래서 그날 밤도 모든 이야기를 훔쳐 들었습니다.

장인은 총각이 오늘 자신에게 했던 매질과 밥을 주지 않고 굶겼던 일까지 모두 말하며 너무 똑똑해서 이길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놈을 쫓아내지 못하면 딸과 결혼시켜야 하는데 이렇게 못생긴 놈과 결혼하는 것은 도무지 허락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또 다른 묘책이 없는지 물었습니다. 아내는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쌀자루에 들어가 있으세요. 그러면 쌀자루 하나를 더 만들어서 두고 아침에 그놈이 오면 당신이 아침 일찍 시장에 갔으니 쌀 두 자루를 아침 먹기 전까지 시장에 가지고 가서 당신에게 주라고 할게요. 분명히 시간 안에 못 가지고 갈 거예요. 그러면 그걸 핑계로 쫓아버리면 되고, 혹시 들고 가다가 무거워서 중간에 쌀자루를 내려놓고 욕을 하면 그때 쫓아버려도 돼요”라고 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부부는 잠이 들었고 모든 대화를 다 들은 총각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침에 총각이 장인의 집으로 오자 장모는 어젯밤에 계획했던 대로 총각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빨리 쌀자루 두 개를 들고 시장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쌀자루를 들고 나온 총각은 오늘은 장인 장모가 묘책을 더 꾸미지 못하도록 만들고 딸과 결혼하는 마지막 기회가 되도록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장으로 가는 길에 총각은 다리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다리 중간 즈음에 와서 총각은 쌀자루는 다리 난간에 올려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고 무거워라. 장인이 시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텐데 시간에 맞춰 가기 힘들겠는데. 장인이 화내도 할 수 없어. 난 좀 쉬었다 가야겠다.” 그리고는 잠시 자리는 비우는 것처럼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쿵쾅쿵쾅” 소리를 내며 다리 위를 달려오면서 말했습니다. “누가 다리 위에다 쌀자루를 올려 두었나. 빨리 치워. 내 코끼리가 쌀자루를 밟고 지나겠다”라며 다급하게 외쳤습니다.

쌀자루 안에 있던 장인은 정말 큰 코끼리가 달려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깜짝 놀라서 피하려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강물 속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걸 본 총각은 “아이고 내 쌀자루가 물에 빠졌네. 저걸 장인에게 갖다 드려야 하는데 모두 물고기 밥이 되겠네. 빨리 건져서 물에 젖은 쌀을 버릴 수는 없으니 장모에게 드려서 쌀국수나 만들어 장인에게 드려야겠다” 이렇게 말하고 천천히 물속으로 가서 쌀자루를 건졌습니다. 쌀자루에 있던 장인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물에서 나올 수도 없어서 물을 먹고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을 때 총각이 건져서 쌀자루를 풀었습니다. 그때 자루 속에서 거의 죽게 된 장인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아이고 장인 어르신, 그 속에 있었으면 살려 달라고 큰소리를 쳤으면 제가 더 빨리 가서 건졌을 덴테. 조그만 늦었어도 큰일 날뻔했습니다.” 죽을 고비를 넘긴 장인은 더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딸과 결혼하기를 허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