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느 날 호랑이 한 마리가 사냥하기 위해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두꺼비 한 마리가 폴짝폴짝 뛰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야, 두꺼비, 어딜 그리 폴짝거리며 가는 거야?” 두꺼비는 대답 대신에 호랑이에게 “그러는 넌 어딜 가는 거야?”라고 되물었습니다. 호랑이는 “나야 사냥하려고 돌아다니는 중이지.”라고 했습니다. 두꺼비도 “나도 마찬가지야.”라고 했습니다. 두꺼비의 대답을 들은 호랑이는 가소롭다는 듯이 “폴짝폴짝 뛰어서 사냥이나 제대로 하겠어?”라고 했습니다. 두꺼비 역시 호랑이가 가소롭다는 듯이 “내가 폴짝폴짝 뛰어서 못 가는 곳이 없고 못 잡는 먹이가 없어.라고 했습니다.

 

호랑이는 두꺼비에게 “네가 그렇게 자신 있으면 말만 하지 말고 너의 능력을 보여줘. 저기 앞에 개울이 있는데 난 그걸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있으니 너도 한 번에 뛰어넘으면 내가 믿어줄게”라고 했습니다. 두꺼비는 아주 똑똑했는데 평소에 호랑이가 개울을 뛰어넘을 때 항상 꼬리가 뒤쪽에서 앞쪽으로 흔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호랑이가 개울을 뛰어서 건널 때 호랑이의 꼬리를 물고 있으면 건너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는 호랑이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호랑이에게 “난 이 정도 넓이는 쉽게 뛰어 건널 수 있으니 너보다 뒤에서 뛰겠어. 내가 하나, 둘, 셋 하면 그때 같이 뛰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호랑이 꼬리 쪽으로 갔습니다.

 

두꺼비의 계획을 알 턱이 없는 호랑이는 개울가에 서서 뛸 준비를 마치고 두꺼비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꺼비가 호랑이에게 “자, 준비되었지. 하나, 둘, 셋”이라고 신호를 주고 재빨리 호랑이의 꼬리를 물었습니다. 호랑이는 신호를 듣자마자 힘껏 뛰어올라 개울을 건넜습니다. 꼬리를 물고 있을 때, 꼬리가 힘차게 흔들리며 마치 새총을 쏘는 것처럼 두꺼비를 건너편 강가로 던졌고 심지어는 호랑이보다 더 앞쪽에 떨어졌습니다. 개울을 건넌 호랑이는 두꺼비를 부르며 “자 이젠 네 차례야, 너도 뛰어”라고 했습니다. 그때 두꺼비는 호랑이 앞쪽에서 “어.. 나 여기 있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자기보다 훨씬 앞쪽에 있는 두꺼비를 보고 호랑이는 “야, 정말 대단한데. 인정 안 할 수가 없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호랑이는 한편으로는 미심쩍은 마음이 들어서 한 번 더 말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난 아직 네가 사냥하는 것은 보지 못했거든. 그러니 너의 사냥 실력을 좀 보여줘” 두꺼비가 대답하기를 “그래, 그럼 우리가 헤어져서 각각 사냥해서 잠시 후에 여기서 다시 만나도록 해. 그리고 누가 더 많은 사냥감을 잡아 왔는지 비교해 보면 되겠다.” 호랑이는 잠시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자리를 떠나서 여기저기 다니며 크고 작은 짐승을 사냥했습니다.

 

호랑이가 떠난 후 두꺼비 역시 사냥을 위해 이리저리 다녔지만, 개미 몇 마리와 지렁이 한 마리밖에 잡지 못했습니다. 여기저기 보다가 타고 남은 잿더미에서 콩알처럼 생긴 숯을 삼켰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또 길가에 버려진 생선 가시를 발견하고 삼켰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붉고 검은 씨앗도 삼켰습니다. 두꺼비는 배가 불러 더 삼킬 수가 없어 호랑이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돌아와 기다렸습니다.

 

호랑이도 사냥으로 잡은 짐승을 물고 약속 장소에 왔는데 두꺼비가 먼저 와 있는 것을 보고 “넌 빨리도 왔구나”라고 했습니다. 두꺼비는 돌아온 지 한참 되었고 호랑이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호랑이는 자신이 잡아 온 짐승을 모두 꺼내서 두꺼비 앞에 펼쳐두고 자랑하였습니다. 그러자 두꺼비는 “겨우 그것뿐이야”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호랑이는 “그럼 넌 뭘 잡아 왔니, 이젠 네 차례야. 보여줘”라고 했습니다.

 

두꺼비는 첫 번째로 검은 숯 알갱이를 토해냈습니다. 그걸 본 호랑이가 “그건 뭔 짐승이야?”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두꺼비는 자기 마음대로 아무 말이나 만들어서 “이건 말이야 ‘끼어르모이”라는 짐승이야”라고 대답했습니다. 호랑이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서 “그런 고상한 단어로 말하지 말고 그냥 우리가 편하게 쓰는 단어로 말해줘”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두꺼비는 “이건 말이야, 보통 ‘코뿔소의 뿔’이라고 불러”라고 대답했습니다. 코뿔소의 뿔이라는 말을 듣자 호랑이는 두꺼비가 코뿔소를 잡아먹었다고 생각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두꺼비는 두 번째로 물고기 가시를 토해내었습니다. 호랑이는 그건 또 무슨 짐승이냐고 묻자 두꺼비가 대답하기를 “이건 ‘플로덤러이쏙”이라는 거야”라고 대답했습니다. 역시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지라 토끼에게 쉬운 말로 해달라고하자 토끼는 “이건 보통 코끼리 상아라고들 하지”라고 했습니다. 코끼리를 잡아먹었다는 말을 듣자 갑자기 겁이 나기 시작한 호랑이는 또 다른 것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두꺼비는 세 번째로 붉고 검은 씨앗을 토해내었습니다. 호랑이가 그건 무슨 짐승이냐고 묻자 두꺼비는 “프나아엑클라엑”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호랑이가 다시 쉬운 말로 설명해 달라고 하자 두꺼비는 “그건 보통 호랑이 눈알이라고 하는 거야”라고 대답했습니다. 호랑이 눈알이라는 말을 듣자 깜짝 놀란 호랑이는 그 자리에서 냅다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도망가는 호랑이를 따라가며 두꺼비는 소리치기를 “어디 가는 거야, 너 눈알도 먹으려고 했는데, 도망가려면 눈알을 주고 가”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호랑이는 혼비백산해서 멀리 도망을 갔습니다.

 

호랑이의 뒤를 따라가던 두꺼비는 길에서 거북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거북이가 두꺼비에게 어딜 그리 급하게 가느냐고 물었습니다. 두꺼비는 지금 호랑이를 잡으려고 가는데 혹시 호랑이가 이 길로 지나가는 것을 보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거북이는 호랑이가 조금 전에 이 길로 지나갔는데 자기가 길을 아니 호랑이 잡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두꺼비와 거북이는 같이 호랑이의 뒤를 따라가다가 울창한 대나무 숲에 도착했습니다. 거북이는 그곳에 호랑이가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두꺼비에게 저기 대나무 위에 호랑이가 숨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꺼비는 호랑이가 들을 수 있도록 “넌 여기서 길을 막고 있어 내가 대나무에 올라가서 호랑이를 잡아 올게”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나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반쯤 올라가다가 두꺼비가 미끄러져 땅으로 쿵 떨어졌습니다. 두꺼비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거북이가 “왜 무슨 일이야?”라고 묻자 두꺼비는 “별일 아니야. 호랑이를 묶을 나무 덩굴이 필요해서 그걸 가지고 올라가려고”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호랑이는 대나무에서 뛰어 내려 다시 도망을 갔습니다. 한참 가다가 크고 높은 나무를 발견한 호랑이는 두꺼비와 거북이가 여기까지는 못 올 것으로 생각하고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몸을 숨겼습니다.

 

호랑이를 뒤따라온 두꺼비와 거북이는 높은 나무 위에 숨어있는 호랑이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두꺼비가 거북이에게 말했습니다. “넌 나무 아래서 길목을 지키고 있어. 내가 올라가서 호랑이를 잡아 올게” 그리고 두꺼비가 나무를 올라갔습니다. 나무를 오르던 두꺼비가 연약한 새순 가지를 밟아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거북이가 “왜 무슨 일이야?”라고 묻자 거북이는 “내 생각에는 그냥 나무를 통째로 뽑아 버리는 것이 쉽겠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거북이는 등껍질로 나무줄기에 “퉁 퉁” 부딪쳤습니다. 두꺼비는 입으로 마치 도끼질하는듯한 소리를 “꽝 꽝” 내었습니다. 그러다가 두꺼비가 소리치기를 “나무가 곧 뽑히겠는데”라고 했습니다. 나무 위에 있던 호랑이는 가지가 흔들거리며 휘청거리자 정말 나무가 뽑히는 것으로 착각하고 뛰어 내려와서 또 도망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호랑이가 정신없이 도망을 가다가 대장장이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이가 많은 대장장이가 풀무질하는 것을 보고 호랑이는 자신이 거북이와 두꺼비에게 죽게 되었으니 살려달라고 사정을 했습니다. 그러자 대장장이는 걱정하지 말고 풀무 뒤쪽에 숨어있으라고 했습니다. 얼마 후 거북이가 먼저 대장장이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러자 호랑이는 대장장이에게 저 거북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대장장이는 그렇게 겁나면 풀무질이나 하라고 말하고 거북이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이놈을 오늘 저녁거리로 먹어야겠다고 했습니다. 대장장이는 거북이는 잡기 위해 쭈그리고 앉아서 칼을 갈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두꺼비 역시 그곳에 도착했습니다. 거북이가 잡혀있는데 그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는 대장장이를 보고 거북이에게 대장장이의 엉덩이를 물어버리라고 했습니다. 거북이가 고개를 들어보니 바로 앞에 대장장이의 엉덩이가 보였습니다. 그래서 힘껏 엉덩이를 깨물었습니다. 대장장이는 소리를 지르고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대장장이의 비명을 들은 호랑이는 또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대장장이의 집에서 나와 도망을 갔습니다.

 

대장장이의 집 앞쪽에 깊은 호수가 있었습니다. 그곳으로 호랑이가 도망을 가자 두꺼비와 거북이가 호랑이를 따라가며 소리쳤습니다. “호랑이가 호수로 들어가면 안 돼. 그럼 우리는 호랑이를 영영 못 잡을 거야.” 그 소리를 들은 호랑이는 앞뒤 가릴 것 없이 호수로 뛰어들었습니다. 잠시 후 호랑이는 깊은 물 속으로 가라앉았고 더 이상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