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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호랑이 한 마리가 사냥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사냥하지 못해 배가 고팠습니다. 그때 한 나무 위에 독수리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독수리는 “오옥 욱, 오옥 욱”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습니다. 호랑이는 속으로 “ 저 독수리를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까? 나무가 높아서 내가 올라가면 날아가 버릴 텐데...”라고 생각하며 독수리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때 독수리는 갑자기 나무 아래에 있는 저수지 물 위로 날아가더니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아채어 먹었습니다. 그래서 호랑이는 저수지를 보았는데 가끔 물고기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러면 독수리가 그 물고기를 낚아채었습니다. 호랑이는 생각하기를 독수리는 나무 위에 앉아서 가만히 기다리다가 물고기가 물 위로 나오면 그때 잡는 사냥법이 자신의 사냥법보다 훨씬 쉽다는 생각하였습니다. 자신은 종일 숲을 돌아다녀도 짐승 한 마리 잡지 못할 때가 있는데 독수리는 가만히 앉아서도 사냥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구나 자신처럼 몸을 숨기거나 온 힘을 다해 달려가지도 않고도 사냥을 하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호랑이는 자신도 독수리의 사냥을 따라 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저수지 바로 위에 있는 나무 위로 올라가 독수리처럼 “오옥 옥, 오옥 욱”소리까지 내면서 물고기를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에 물고기 한 마리가 물 위로 오는 것이 보이자 호랑이는 물로 뛰어내렸지만 물고기 근처도 가지 못하고 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숲을 지나가던 한 사람이 호랑이가 나무 위로 올라가 독수리 소리를 내며 물로 뛰어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은 호랑이가 물에서 나와서 젖은 몸을 털고 있을 때 호랑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멍청한 호랑이 같으니라고... 무슨 사냥을 그렇게 하는 거야.” 그 소리를 들은 호랑이는 창피하고 수치스러웠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만약 이 사람이 마을에 가서 이걸 소문내고 다니면 자신의 체면이 땅에 떨어지고 사람들은 물론이고 짐승들까지 자신을 비웃으리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호랑이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형님, 나 좀 살려주세요. 내가 독수리 흉내를 내며 물에 뛰어든 바보 같은 행동을 다른 사람들이 알면 난 창피하고 부끄러워 돌아다닐 수가 없어요. 제발 다른 사람에게 오늘 본 것을 말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그럼 내가 입을 다물면 넌 나에게 뭘 해줄 거야”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호랑이는 매일 산짐승 한 마리를 잡아 주겠다고 했습니다. 호랑이의 약속을 받고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다음 날 아침부터 호랑이는 짐승 한 마리를 사냥해서 약속한 장소에 꼬박꼬박 갖다주었습니다. 그 사람은 매일 호랑이가 잡아 온 짐승을 가지고 집으로 갔습니다. 어느 날 밤, 아내와 같이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내가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요즘 당신은 매일 짐승을 잡아 오던데 어떻게 그 짐승들을 매일 잡아 오는 거예요?” 그러자 남편은 “내가 숲에 덫을 놓았는데 그곳에 매일 짐승이 잡히는 거야”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아니 무슨 덫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짐승이 잡혀요. 그러지 말고 정직하게 말해요”라고 하자 남편은 호랑이와의 약속을 깨고 사실대로 아내에게 다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신신당부하며 절대 다른 사람에게 이 사실을 말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아내도 자신만 알고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호랑이가 사냥한 짐승을 받기 위해 약속한 장소에 갔는데 호랑이가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남편을 보자 호랑이는 “오늘 넌 내 밥이야. 내가 너에게 매일 짐승을 갖다준 것은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인데 넌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 그래서 오늘은 내가 너를 잡아먹겠다”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두려움에 정신을 잃고 잘못했다는 변명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호랑이에게 말하기를 “내가 약속을 어겼으니 당연히 죽겠어. 그런데 죽기 전에 집에 가서 아내에게 마지막 작별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해줘”라고 했습니다. 호랑이는 길바닥에 침을 뱉으며 말했습니다. “여기 이 침이 마르기 전까지 돌아와. 만약 그때도 돌아오지 않으면 그때는 너뿐만 아니라 처까지도 다 잡아 먹어버릴 거야”라고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남편은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아내를 만난 남편은 사실대로 말하고 작별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빨리 가지 않으면 호랑이가 와서 우리 둘 다 잡아먹을 것이기 때문에 빨리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내도 눈물을 흘리며 비밀을 지키지 못한 것을 후회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남편은 아내와 작별한 후 눈물을 흘리며 다시 호랑이에게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대 마침 토끼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토끼는 눈물을 흘리는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모든 일을 토끼에게 다 말했습니다. 그러자 토끼는 그런 멍청한 호랑이를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 바나나 한 손을 가져오면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빨리 가서 바나나를 구해왔습니다. 토끼는 바나나를 들고 호랑이를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같이 갔습니다.

 

호랑이가 기다리는 장소 가까이 언덕 위에 큰 바위가 있었는데 그곳에 이르자 토끼는 바위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바위 아래에 있으라고 했습니다. 호랑이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멀리 언덕에 남편이 오는 것을 보고 그곳으로 다가갔습니다. 호랑이가 다가오자 남편은 토끼에게 호랑이가 온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토끼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호랑이가 다가오자 토끼는 바나나 하나를 까서 먹고 목소리를 컬컬하게 만들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호랑이는 다섯 마리나 잡아먹었는데도 배가 안 불러 코끼리 한 마리를 후식으로 먹었더니 코끼리는 맛이 좀 쓴데...” 호랑이가 다가가다가 “호랑이를 다섯 마리나 먹었다는 말을 듣자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토끼는 또 한 번 더 같은 말을 했습니다.

 

깜짝 놀란 호랑이는 그 자리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한참 동안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원숭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원숭이는 호랑이가 정신없이 달려가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호랑이는 어떤 괴물이 호랑이를 다섯 마리나 먹고도 모자라 코끼리까지 먹었다고 해서 도망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원숭이는 호랑이에게 그 괴물을 직접 보았느냐고 했습니다. 호랑이는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소리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원숭이는 호랑이에게 그건 괴물이 아니고 토끼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호랑이는 목소리가 토끼가 아니라고 했지만 원숭이는 토끼가 분명하니 같이 가보자고 했습니다. 원숭이가 같이 가보자는 말에 호랑이는 무서워서 싫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원숭이는 호랑이를 안심시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호랑이는 그러면 괴물을 만나면 절대 자신을 버리고 혼자 도망가지 말라며 자신의 꼬리와 원숭이의 꼬리를 묶어서 만약 정말 괴물이 나타나면 원숭이가 나무 위로 올라가면 자신도 원숭이처럼 나무 위로 숨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했습니다.

 

그래서 호랑이와 원숭이는 서로의 꼬리를 묶어서 토기가 있는 언덕으로 갔습니다. 그곳에 여전히 있던 남편이 이젠 호랑이와 원숭이가 같이 오는 것을 보고 토끼에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토끼는 아무 말도 말고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했습니다. 호랑이와 원숭이가 다가오자 이번에도 토끼는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어이... 원숭이 친구, 4년 전에 나에게 돈 빌려 간 것, 이번에 호랑이 가죽으로 갚으려고 호랑이를 데려오는 거야”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원숭이가 대답할 시간도 없이 호랑이는 꽁지가 빠질 정도로 있는 힘을 다해 도망갔습니다. 원숭이가 자신을 속이고 괴물에게 자신의 가죽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꼬리가 묶인 원숭이는 끌려가며 호랑이에게 “잠깐만 잠깐만... 내 말 좀 먼저 들어봐”라고 외쳤지만, 호랑이에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정신없이 도망친 호랑이가 뒤를 돌아보았더니 꼬리에 묶여있던 원숭이가 이미 죽어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