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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한 게으른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마음씨도 착하고 성품도 좋고 남편을 공경하는 최고의 아내였습니다. 남편은 종일 먹는 것과 자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였습니다. 심지어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조차도 아내가 담뱃잎을 말아주어야 피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아내는 남편을 끔찍이 아끼고 말도 함부로 하지 않고 물을 한 그릇 줄 때도 정성과 예의를 다해서 주었습니다. 남편이 생업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니 가난하고 힘들었습니다. 집에 음식이 다 떨어져 먹을 것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 아내는 담배와 약간의 간식거리를 준비해서 남편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미안하지만 이것 가지고 숲으로 가서 쟁기와 써레를 만들만한 나무를 좀 잘라 오세요. 곧 우기가 되는데 농사지으려면 쟁기와 써레가 필요해요.”

 

남편은 “그래? 그럼 내일 아침에 밥을 해서 도시락을 준비해줘. 그러면 내가 갔다 올게”라고 대답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내는 일찍 일어나서 밥을 하고 도시락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그래도 남편을 깨우지 않고 일어나기를 기다렸습니다. 한참 후에 일어난 남편에게 세숫물을 떠다 주고 아침밥을 준비해서 주었습니다. 그리고 도시락과 약간의 간식, 담배를 남편에게 건네주었고, 나무를 할 때 사용할 작은 손도끼와 큰 도끼를 주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챙겨주는 것을 들고 나무를 하려고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큰 나무를 찾은 남편은 나무 아래 그늘에 앉았습니다. 도시락과 간식을 펼치고 도끼도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나무를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 이 가지는 쟁기 아랫부분으로 하기 좋고, 저 가지는 쟁기 손잡이를 하면 되겠고, 저 가지는 멍에로 만들면 딱 좋겠고, 저기는 써레로 사용하면 되겠네.”

 

이렇게 말하고 남편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있었습니다. 점심때가 되어 배가 고파지자 남편은 아내가 준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비스듬히 누워 오전과 똑같이 나무를 보며 말했습니다. “이 가지는 쟁기 아랫 부분으로 하기 좋고……” 저녁이 되자 남편은 도끼를 챙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내는 집에서 돌아오는 남편의 도끼를 받으며 나무를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오늘은 못했고 내일 다시 가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아내는 전날과 똑같이 준비해서 남편에게 주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어제 갔던 나무에는 그 숲의 신령이 살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나무를 잘라 농기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소리를 듣고 자신의 거처가 사라질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남편은 또 와서 전날과 똑같은 말을 하고 종일 나무 아래 누워있다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숲의 신령은 나무를 지키기 위해 이 남자를 따라가서 집으로 들어갈 때 계단 위에서 떨어지게 만들어 죽여 버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남편의 뒤를 따라 집에 간 신령은 아내가 남편을 너무 공손하고 예의바르게 맞이하는 모습을 보고 차마 남편을 계단에서 밀치지 못했습니다. 저녁에 잠자리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오늘 나무를 했느냐고 묻자, 남편은 내일은 나무를 할 수 있겠다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신령은 내일은 정말 남편이 자신의 거처인 나무를 자를 것이라 생각하고 남편에게 그 나무는 자신의 거처이니 자르지 말아 달라고 사정을 하였습니다.

 

남편은 신령의 말을 듣고 난 후에 그래도 난 내일 꼭 그 나무를 자르겠다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겁이 난 신령은 다시 한번 사정을 하며 만약 나무를 자르지 않으면 보물이 묻혀있는 곳을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보물이 묻혀있는 장소 몇 군데를 알려주겠느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신령은 두 군데를 알려 주겠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네 군데를 알려주면 나무를 베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신령은 알았다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남편은 다시 한번 신령에게 내일 아침에 보물이 묻혀있는 장소 네 군데에 우리가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를 해두면 나무를 베지 않겠지만 아니면 베어 버리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은 아내와 함께 숲으로 갔습니다. 숲 주변에는 신령이 말한 대로 보물이 묻혀있는 장소 네 군데에 표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한 장소를 파서 그 속에 있는 보물을 모두 집으로 가져오는데 사흘이 걸렸습니다. 모든 장소의 보물을 다 파서 집으로 가져온 아내는 창고 깊숙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두고 하나씩 꺼내서 사람들에게 팔아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들이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을 들은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이 그들에게 와서 도와달라고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