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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큰 숲에 호랑이가 한 마리 살고 있었습니다. 그 호랑이는 숲에 나무를 하거나 덩굴(가재도구를 만드는 등나무 덩굴)을 구하기 위해 들어가는 사람을 잡아먹었기 때문에 모두 무서워하였습니다. 어느 날 “짠 룸리억”이라는 노인이 등나무 줄기를 구하기 위해 숲에 들어가 일하다가 호랑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 멀리서 호랑이가 다가오는 것을 먼저 본 짠은 혼잣말로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올해가 호랑이해이니 홍수가 아주 심하겠구나. 홍수가 나면 호랑이, 코끼리, 사슴이며 새까지 모두 물에 쓸려 죽게 되겠구나. 이 긴 덩굴로는 우리 아들을 나무에 묶어두고 짧은 덩굴로는 살림살이를 묶어두어 물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나저나 불쌍한 동물들은 어떻게 하지. 올해 호랑이해에 모두 다 죽어버릴 텐데”

 

  호랑이는 짠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좀 더 자세히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노인에게 물었습니다. “영감, 올해 홍수가 난다는 게 정말이야?” 짠은 “그럼, 올해와 내년 이 년 동안은 큰 홍수가 있을 거야”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말하기를 “그래서 내가 숲으로 이 덩굴을 구하기 위해 온 거야. 이 덩굴로 물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우리 아이들도 나무에 묶어두고 살림살이도 묶어 두려고”라고 했습니다.

 

홍수에 죽게 될 것이란 말에 두려움을 느낀 호랑이가 짠에게 “영감님, 나도 좀 살려주세요. 나도 물에 떠내려가지 않게 그 덩굴로 묶어서 나무에 좀 매달아 주세요”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짠은 호랑이에게 가만히 있으면 묶어서 떠내려가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말하고 덩굴로 호랑이의 네 발을 튼튼하게 묶어 옆에 있던 큰 나무 위로 올라가 가지에 호랑이를 묶은 줄을 걸어 당겼습니다. 호랑이는 거꾸로 매달려 나무 위로 끌려 올라갔습니다. 공중에 매달리자 호랑이는 짠에게 “이 정도면 물에 떠내려 가지 않겠지?”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짠은 “그럼, 이 정도면 안전할 거야”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리고 짠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도끼로 몽둥이로 쓸만한 나뭇가지를 잘랐습니다. 호랑이는 노인에게 왜 몽둥이를 만드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자신이 집으로 돌아갈 때 혹시 사나운 짐승을 만나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몽둥이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호랑이는 웃으면서 이 숲에서 사람을 해치는 짐승은 자기 하나뿐이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짠이 몽둥이를 만들면서 이번에 사람을 해치는 이 호랑이를 반드시 때려잡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몽둥이를 다 만든 후에 호랑이에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봐. 줄이 튼튼하게 묶였는지 확인해 보게”라고 말하고 호랑이에게 다가가서 가만히 있는 호랑이를 힘껏 내려쳤습니다. 네 발에 묶여 공중에 매달려있는 호랑이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노인이 때리는 대로 다 맞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호랑이는 묶은 덩굴이 끊어지는 바람에 겨우 노인에게서 도망을 칠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호랑이 몸에는 몽둥이에 맞은 줄 무늬가 생겼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도망가던 호랑이가 코끼리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코끼리는 호랑이에게 왜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가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호랑이는 “짠”이라는 늙은이가 자신을 속이고 온몸이 퉁퉁 붓도록 때렸다고 말을 했습니다.

 

코끼리는 짠이라는 늙은이가 어디에 사느냐고 물었습니다. 호랑이가 근처 강가에 살고 있다고 대답하고 다시 도망을 갔습니다. 코끼리는 화가 나서 이 늙은이를 그냥 두며 다음엔 또 다른 동물을 괴롭히겠다고 생각하고 짠을 찾아서 다시는 그런 짓을 못 하도록 죽여야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짠을 찾아 강가로 가던 코끼리는 마침 밭에서 일하던 짠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짠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코끼리는 그 노인이 짠인지 모르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르신, 혹시 이 근처에 짠이라는 늙은이가 살고 있다던데 어디 사는지 아세요?” 짠은 코끼리에게 왜 짠을 찾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코끼리는 그 못된 늙은이가 자기 친구인 호랑이를 속여서 온몸에 몽둥이 자국이 남을 정도로 때렸기 때문에 복수하기 위해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짠은 코끼리에게 강 건너편을 가리키면 저쪽에 가면 짠이 사는 하얀색 집이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코끼리는 짠의 집까지 길을 안내해 주면 자신이 짠을 죽인 후에 짠의 모든 재산을 노인에게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짠은 “정말이야, 그럼 내가 길을 안내해 줄게. 그런데 이 강은 너무 깊어서 내가 건너갈 수 없어”라고 말했습니다. 코끼리는 그러면 자기 머리에 올라타면 강을 건너게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코끼리의 머리에 올라탄 짠은 강을 건널 때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코끼리의 머리를 사정없이 여러 차례 찔렀습니다. 피가 흘러서 온몸이 붉어진 코끼리는 짠을 버려두고 달려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코리끼 몸은 피로 얼룩져 붉게 되었습니다.

 

한참 도망을 가다가 곰을 만났습니다. 곰은 코끼리에게 왜 그리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코끼리는 짠이라는 영감이 자신을 속이고 칼로 머리를 찔러서 도망가는 중이라 말하고 계속 도망가버렸습니다. 곰은 그 말을 듣고 짠이라는 영감을 물어 죽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짠이 논에서 소를 몰며 쟁기질하고 있었습니다. 곰은 쟁기질하는 노인이 짠이라고 생각하고 오늘이 저 늙은이를 잡아먹을 기회라 생각하고 숲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짠이 쟁기질하다가 우연히 곰이 숨어서 자기를 노리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쟁기질하는 소에게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아이고 이쁜 녀석들. 빨리 쟁기질 마치면 상으로 꿀을 줄게. 내가 달콤한 꿀이 그득 찬 벌통이 두개나 있거든”

 

그 말을 들은 곰은 눈이 번쩍 뜨이면서 노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어르신, 나도 꿀 좀 나눠주세요”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이걸 어쩐다. 꿀이 두 통 밖에 없는데. 쟁기질하는 소 두 마리에게 주겠다고 이미 약속했거든. 그래도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라고 말하고 곰에게 가까이 오라고 했습니다. 꿀을 먹을 방법이 있다는 말에 곰은 노인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소 두 마리가 쟁기질하는데 네가 소를 대신해서 쟁기질하면 다 마친 후에 꿀을 너에게 줄게. 그러면 소들도 다른 불만이 없을 거야”라고 했습니다. 곰은 꿀을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자기가 소를 대신해서 쟁기질하겠다고 했습니다.

 

짠은 소의 쟁기를 벗기고 곰에게 씌었습니다. 그리고 곰을 소처럼 부리며 쟁기질을 시작했습니다. “자, 힘내, 쟁기질 마치면 꿀을 줄게. 난 달콤한 꿀이 두 통이나 있거든”이라고 말하며 곰에게 채찍을 휘둘렀습니다. 곰은 있는 힘을 다해 쟁기를 끌었지만 움직이기조차 힘들었습니다. 화가 난 짠은 더 힘껏 쟁기를 끌라며 채찍으로 때렸습니다. 채찍에 맞고 있는 힘을 다해 쟁기질했지만 짠의 채찍질은 멈출 줄 몰랐고 곰의 온몸은 채찍 자국으로 멍이 들었습니다. 견디다 못한 곰이 쟁기를 벗어 던지고 도망가 버렸습니다. 그때부터 곰의 온 몸에는 시커먼 멍 자국이 지금까지 남았습니다.

 

곰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는 모습을 늑대가 보았습니다. 늑대는 곰에게 왜 그리 급하게 도망가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곰은 짠이라는 영감이 자신을 속이고 채찍으로 때려 온몸이 멍들어 도망가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늑대는 짠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강가에 쳐 놓은 그물을 망가뜨려 고기를 잡지 못해 먹을 것이 없도록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짠은 강가에 쳐둔 그물을 보기 위해 작은 칼과 노를 가지고 나갔습니다. 늑대는 짠의 그물이 있는 강가로 가다가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호랑이에게 물고기가 먹고 싶으면 따라오라고 했습니다. 호랑이와 늑대가 강가에 이르렀을 때 짠이 작은 배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늑대는 짠에게 “어르신, 혹시 짠의 그물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짠은 “알고 말고, 짠의 그물은 여기가 아니고 건너편에 있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늑대는 “나를 그물 있는 데까지 좀 데려다주세요. 내가 짠의 그물을 다 망가뜨리고 그 속에 있던 물고기의 절반을 어르신께 드릴게요”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짠은 “좋아, 안 그래도 요즘 내 그물에 물고기가 안 잡혀서 그랬는데 잘되었군”이라고 대답하고 늑대에게 배로 올라오라고 했습니다. 늑대는 풀쩍 뛰어서 짠의 배로 올라갔습니다. 짠은 늑대에게 배 앞쪽에 앉으면 배가 가라앉으니 자기 오른쪽으로 와서 앉으라고 했습니다. 늑대가 짠의 앞쪽에 앉아서 호랑이도 배로 오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호랑이는 짠을 보더니 늑대에게 “이 늙은이가 짠 같은데... 난 배를 안 타고 싶어”라고 했습니다. 짠은 “아니야, 난 짠이 아니야”라고 대답하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자 호랑이도 배로 올라왔습니다. 짠이 노를 저어 강 중간쯤 왔을 때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늑대의 머리를 찔렀습니다. 깜짝 놀란 늑대가 물로 뛰어 내리자 호랑이도 겁이 나서 같이 물로 뛰어 내렸습니다. 호랑이는 늑대에게 “거봐 내가 짠 영감이라고 했잖아. 왜 내 말을 안 믿어”라며 늑대를 원망했습니다. 그러자 늑대는 “물에 빠져 죽기 싫으면 말하지 말고 수영이나 해”라고 말하고 둘은 힘을 다해 수영해서 강변으로 나왔습니다. 짠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한 참 후에 짠은 “숲에 사는 동물 네 마리가 나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으니, 내가 죽어도 편안하게 죽지 못할 것 같으니 5~60개의 칼을 만들어 내 시신이라도 지켜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짠은 대장장이에게 가서 날카로운 칼을 5~60개 만들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자식들을 모두 불러 보았습니다. “내가 죽으면 내 시신을 땅에 묻을 때 잊지 말고 그 주변에 이 칼을 세워서 꽂아 두어라. 그리고 5~6일이 지나면 다시 무덤에 와서 주변을 살펴보거라”라는 유연을 남기고 죽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자식들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시신을 땅에 묻을 때 그 주변에 칼을 꽂아 묻어 두었습니다.

 

짠이 죽었다는 소문이 숲속의 네 동물에게 들렸습니다. 늑대가 곰, 코끼리 그리고 호랑이를 불러서 비록 짠 영감이 살아있을 때 복수를 못 했지만 죽은 후라도 무덤을 파서 시신을 먹어 복수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같이 짠의 무덤으로 왔습니다. 늑대는 짠의 다리 쪽에서 무덤을 파고 곰은 머리 쪽에서 무덤을 파고 호랑이는 중앙 부분에서 무덤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숨겨진 날카로운 칼에 찔려 모두 피를 흘리며 죽어버렸습니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코끼리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짠 영감, 살아서도 우리를 그렇게 괴롭히더니 죽어서도 우리를 괴롭히네. 내가 발로 너를 짓밟아 버리겠다.” 그리고 코끼리는 무덤 위로 올라가서 발로 무덤을 뭉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흙 속에 숨겨져 있던 칼에 코끼리도 피를 흘리며 죽고 말았습니다.

 

짠을 무덤에 묻은 지 7일째 되었던 날 자식들이 아버지의 무덤을 보기 위해 왔습니다. 무덤 옆에 코끼리, 호랑이, 늑대, 곰이 죽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식들은 죽은 동물들의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팔아서 아버지 짠을 위한 제물을 사서 제사를 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