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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는 전기 사정이 좋지 못합니다. 우기에는 비가 자주 내려 그런대로 전기가 잘 공급되지만 건기에는 하루걸러 하루씩 꼭 정전이 됩니다. 더운 날씨에 정전이 되면 정말 난감합니다. 감옥처럼 앞뒤가 꽉막힌 집, 창문도 없는 집에서 더위를 이기는 것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기 사정이 좋지 못하다보니 형편이 좀 좋은 집은 발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발전기를 크마에로 "마신 플렁"이라고 부릅니다. 마신은 영어의 머쉰(machine)입니다. 플렁은 전기라는 뜻입니다. 정전이 되면 마신플렁을 작동하여 비상 전기를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마신플렁을 작동시키는 소리가 엄청난 소음을 일으킨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굉음을 내며 발전할 때는 정말 스트레스 받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이미 그런 소음에 익숙해서 그런지 옆집에서 아무리 마신 플렁 소음을 내어도 별 반응이 없고, 심지어는 노래방처럼 대문 앞에 앰프를 틀어 두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음에 민감한 저희들은 정말 두통에 시달릴 정도입니다.

 

전기 사정이 나쁘다 보니 대부분 공사를 할 경우는 꼭 마신 플렁을 돌려 전기를 만들어 공사를 합니다. 특히 이 나라의 집들은 도둑이 많다보니 거의 감옥처럼 쇠창살로 온 집을 둘러 놓습니다. 꼭 쇠창살의 박스 속에 집을 넣어두는 것처럼 만들어 놓습니다. 문제는 그 쇠창살을 용접할 때 입니다.

 

며칠전 부터 우리집 바로 앞집이 그 공포의 용접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3층의 집을 쇠창살로 옷을 입히는 공사였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공포의 마신플렁이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첫날은 참았습니다. 둘째날도 참았습니다. 세째날....이젠 정말 못 참겠습니다. 온 집안의 문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치고 별짓(?)을 다했지만 정말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새벽부터 마신플렁 소리에 머리가 아프더니 크마에 공부 시간이 될때쯤에는 정말 스트레스 만땅이 되었습니다. 크마에 공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머리가 아픈데 마신플렁의 소음은 정말 미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했습니다. 공사하는 앞집에 전화를 했느냐고요? 아니요. 그럼 경찰서에 전화를 했을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도저히 못 참아서 우리 크마에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오늘 공부를 못하겠다고요. 머리가 아파서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공부 안한다고 전화를 했더니 아내가 그렇게도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신플렁의 스트레스가 단숨에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온 집안의 문이란 문은 다 닫고 불끄고 그냥 잤습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꿈에서 마신플렁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이 깨었습니다. 머리는 지끈지끈 아프고 온 몸은 무력감에 힘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밖에서는 여전히 마신플렁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대문을 열고 공사하는 집을 쳐다봤습니다. 공사 진행 상황을 보니 앞으로 며칠은 더 이 고통에 시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쯤 나도 저 마신플렁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잘 수 있을까? 언제쯤 익숙한 노래 소리처럼 마음에 안정을 주는 소리로 다가올 수 있을까?

 

마신플렁 소리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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