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20 21:33

고도를 기다리며....

조회 수 1667 추천 수 2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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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오후에 아내와 함께 모토(오토바이)를 타고 시내에 볼일이 있어 갔다 왔습니다. 사실은 아이들 학교 문제 때문에 학교를 방문하였습니다. 이곳 캄보디아에 학교 같은 학교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 교육 문제가 항상 고민입니다. 그런데 어떤 분께서 한 학교를 소개해 주어서 방문하였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른 곳에 볼일이 있어서 평소에 다니지 않던 길로 모토를 타고 갔습니다. 한참 가다가 모퉁이를 돌았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경찰 아저씨가 모토를 세웠습니다.

 

평소에 외국인에 대한 경찰들의 횡포를 익히 알고 있었던지라 순간 긴장하였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위반 사항이 없어서 순순히 모토를 세웠습니다. 일단 전혀 말을 못하고 못 알아듣는 작전을 세웠습니다. 면허증을 보여 달라고 하길래 무슨 말인지 모르는 척 그냥 웃고만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손으로 네모 카드 모양을 만들어서 면허증을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듯 면허증을 보여 주었습니다. 한참 면허증을 보더니 “차이니즈?”라고 하는 것입니다. 면허증에 분명히 “KOREAN"라고 되어 있는데 말입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이 길은 모토 통행이 금지된 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역시 못 알아듣는 척 웃고만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온 몸으로 열심히 설명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알아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길을 봤더니 다른 모토들은 다 잘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손가락으로 길을 가는 모토를 가리키며 다른 모토는 왜 가느냐는 식의 표현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원래는 다니지 못하는 길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너는 재수가 없어서 잡혔다”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많은 벌금을 내야 하는데 한국인은 내 친구 같아서 10불만 내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전혀 못 알아듣는 표정과 웃음으로 때웠습니다. 볼펜을 꺼내서 손바닥에 $10이라고 쓰면서 아주 근엄한 표정을 해 보였습니다. 정말 황당했습니다. 못 알아듣는 표정에도 한계가 있고... 그래서 할 수없이 너무 많다고 말하면 반액으로 깎았습니다. 제가 5불만 주겠다고 말하자 조금 망설이는 표정을 하더니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주머니를 뒤져 얼른 5불을 꺼내 주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오토바이를 출발하려고 하는데 경찰 아저씨는 아주 친절하게 이 길로 가면 또 경찰이 있으니 옆길을 알려주며 그리로 가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10불 달라는 것을 5불 주었다며 아주 기분 좋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2천 리얼(600원)만 주면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바가지를 왕창 쓴 것입니다. 그러나 그래도 우리가 만난 경찰은 아주 양반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잠시 방문 하셨던 한 목사님은 이런 일도 당했습니다.

 

아침에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잠시 식당 주변을 혼자 걸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다가오더니 “나는 한 달에 월급을 20불 밖에 못 받는데 살기가 힘드니 10불만 주시오”라고 하더랍니다. 아무 실정도 모르는 그 목사님은 10불을 그냥 주었다고 합니다.

 

캄보디아에서 제복 입은 사람은 모두 허가받은 도둑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공직 사회가 부패했다는 뜻이지요. 실제로 길거리에 서있는 제복 입은 경찰을 보면 90% 이상이 비만 상태입니다. 서민들은 90 %가 영양 부족인데도 말입니다. 정부에서도 부패척결을 위해 애를 쓰지만 길은 멀기만 합니다. 우리나라도 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단속경찰이 뒷돈을 아무 거리낌 없이 받지 않았습니까?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이 나라에 공평과 정직은 언제쯤이나 올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생각납니다.

오기는 오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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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은 2004.11.21 23:10
    목사님, 꼭 올거라 믿어져요 캄땅에 목사님의 가정을 선교사로 보내신것처럼.. 힘내세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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