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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에 현섭이와 현찬이가 태권도를 배우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국가 대표팀을 지도하는 한국인 사범께서 주말에 교민 자녀들을 위해 태권도 교실을 열었습니다. 캄보디아 국가 대표팀이 훈련받는 체육관에서 한국인 사범님과 캄보디아 국가 대표 선수가 지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배우지 못했던 태권도를 캄보디아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더구나 국가 대표팀 사범님에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큰 특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매주 토요일 태권도 시간만 되면 도복을 챙겨 입고 빨리 가자고 조르는 아이들의 성화에 항상 일등으로 체육관에 도착합니다.

 

훈련 시간 한 시간동안 마땅히 있을 곳이 없어서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길거리로 나오자마자 경찰에게 붙잡혔습니다.

캄보디아의 경찰은 제복 입은 강도들입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극소수의 정직한 경찰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표현이지만...) 비단 경찰뿐만 아니라 공무원은 전부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에게 일단 잡히면 돈을 뜯겨야 하기 때문에 사정하거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동안 캄보디아 생활에서 얻은 삶의 지혜입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차를 붙들어서 일단 차를 세웠습니다. 면허증을 달라고 해서 줬습니다. 이번에는 자동차 등록증을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아뿔싸.... 자동차 등록증이 저에게 없습니다. 제가 차 주인이 아니고 빌려나온 차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자동차 등록증을 꼭 들고 다녀야 하는데 없으니 문제가 되었습니다. 친구의 차를 빌린 것이라 말해도 무조건 등록증을 주거나 벌금을 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벌금이 5천 리엘이라고 합니다.

 

아니... 세상에... 캄보디아에 이렇게 정직한 경찰이 있었다니.... 보통 외국인에게는 기본 부르는 값이 10불(만원)입니다. 그런데 5천 리엘이라니...5천 리엘은 우리 돈으로 1,250원입니다. 벌금을 내라고 재촉하기에 내가 왜 벌금을 내야 하느냐고 말하며 버텼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차에서 내려 모또를 타고 차 주인인 선교사님께 가서 등록증을 가져 오라고 보냈습니다. 제가 지갑에서 1불을 꺼내서 아내에게 모또비 주는 것을 본 경찰이 5천 리엘에서 깍아서 4천 리엘만 내라고 했습니다. 4천 리엘은 1불입니다.

 

그래도 저는 낼 수 없다고 말하며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아내가 가고 나서 저는 본격적으로 버티기 작전을 시작했습니다. 운전석 의자를 뒤로 빼고 등받이를 펴서 침대처럼 만들어 누웠습니다. 그리고 신발을 벗고 핸들 위에 발을 올리고 눈을 감고 음악을 틀었습니다. 최대한 여유롭게 행동했습니다. 아주 시간이 많아서 여기 붙들려 있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그리고 절대 돈 주고 나갈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시위했습니다.

 

사실 집에 가서 등록증을 가져 오는 모또비를 경찰에게 주면 그냥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모또 기사에게 차비를 주더라도 명분 없이 돈을 뜯는 경찰에게 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중고등학교 일진회에서 ‘삥’ 뜯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버티자 몇 번 다가와서 1불이면 된다고 말을 했지만 들은 척도 안했습니다. 10분쯤 지나자 다른 경찰 한명이 오더니 가져갔던 면허증을 돌려주면서 가라고 했습니다. 저는 당연한 듯이 경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어꾼”이라고 한마디 하고 차를 몰고 갔습니다.

 

그러나 등록증을 가지러 간 아내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차를 유턴하여 경찰 검문을 받은 곳 조금 아래에 세웠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경찰이 빤히 쳐다봤지만 그게 무슨 대수입니까? 잠시 후 아내는 등록증을 가지고 왔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된 뒤였습니다. 비록 경찰에게 가야할 1불이 모또 기사에게 갔지만 말입니다.

 

제가 경찰이라도 아마 황당했을 것입니다. 그냥 1불 주고 가면 되는데, 그걸 안주겠다고 차를 세워 놓고 버텼으니. 더구나 검문하는 장소 앞에 차가 서 있으니 경찰들이 영업하는데 상당한 지장이 있었을 것입니다. 차를 그냥 보내고 그 시간에 다른 모또를 잡으면 훨씬 수입이 좋은데 굳이 잡고 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나 봅니다. 그래서 풀려났습니다.

 

아무튼 경찰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존경을 받지 못하는 존재인지... 존경은 커녕 비웃음거리와 조롱거리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경찰을 만나도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저를 보며 저도 이젠 캄보디아 사람이 다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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