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08 22:38

내 머리 돌리도....

조회 수 1269 추천 수 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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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단기선교의 계절입니다. 많은 교회들이 오랜 시간의 준비와 많은 비용을 들여서 며칠에서 몇 주간까지 단기선교를 가지게 됩니다. 단기선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프놈펜의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는 거의가 한국인 차지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단기선교는 주로 교회 사역이나 의료, 미용 사역 등이 포함되어 있어 사역하는 현장 선교사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주게 됩니다. 직접적인 사역 현장의 도움뿐만 아니라 선교사 가정들의 개인적인 필요들도 채우게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가령 의료 선교팀이 오게 되면 그동안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했던 선교사들이나 가족들이 안심하고 한국인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게 되고 필요한 약품들도 얻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됩니다.

 

지난 주간에 우리 동네 뚤떰붕에 사는 한 목사님에게 단기 선교팀이 도착했습니다. 그 목사님은 이번에 오는 단기선교 대원 중에 미용하시는 분이 있으니까 같은 동네 선교사 가족들에게 먼저 미용 봉사를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이발하거나 미용실을 가는 것은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사역(?)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머리 모양에 민감한 아이들을 미용실에 보내기 위해서는 거의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갈 때 마다 달라지는 머리 모양, 좌우 대칭의 균형을 상실한 머리 모양 등 미용실을 한번 다녀오면 다음번 미용실을 갈 때까지 불평과 원망을 듣기가 일쑤입니다. 그래서 항상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미용실에 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국인 미용사가 와서 머리를 깎아주고 퍼머를 해준다는 소식은 거의 복음에 가까운 소식입니다. 그래서 약속한 날 아침 일찍부터 온 가족이 그 목사님 댁에 일등으로 가서 기다렸습니다. 제가 일등으로 깎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미용사로 등장한 자매.... 한눈에 봐도 초보였습니다. 일단 아이들을 실험용으로 먼저 깎게 해보고 제가 깎아야 하는데... 너무 기쁜 나머지 그 중요한(?) 절차를 생략하고 제일 먼저 머리를 들이 민 것이 실수였습니다. 미용사 자매는 모기에 물리며, 땀을 흘리며 오랜 시간 정성들여 제 머리를 다듬었습니다. 거울도 없이 깎았으니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제 머리의 상태가 어떤지 몰랐습니다. 뒷 마무리는 자매를 보조하던 한 형제가 했는데.... 가위로 살을 찝어서 피도 났습니다. 물론 아팠지만 웃으면서 괜찮다고 했습니다.

 

집에 와서 머리를 감고 거울을 보는 순간 큰일 났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이 차례로 집에 오는데 머리 모양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아내까지 모두 집으로 돌아오자 온 가족이 그냥 얼굴만 서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다시 현지인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다듬고 오기로...

 

그래도 차마 그날은 못가고 이틀이 지난 후 아내와 아이들은 현지인 미용실에 가서 다시 머리를 손보고 왔습니다. 저는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갈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집 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동네 모든 선교사 가정의 아이들과 사모님들의 머리 모양이 다 똑같았습니다.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데 하나같이 동일한 형태의 어설픈 머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우스운지... 사모님들은 거의 전멸상태입니다. 그 미용사 자매가 목사님의 사역지인 유치원 아이들의 머리를 깎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의 머리 모양이 눈에 선하게 떠올라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설픈 솜씨라도 선교사와 선교지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 가위를 들고 모기에 물리며 땀을 흘린 가위손 자매의 귀한 마음이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단기선교를 한답시고 와서 선교사의 필요와는 상관없이 자기들만의 잔치를 하고 돌아가는 팀이 있는가 하면, 비록 머리를 망치더라도 선교 사역에 도움이 되기를 원하는 헌신의 마음을 가진 마음들이 있기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혹시라도 가위손 자매가 선교사와 자녀들의 머리를 망친 것을 너무 자책할까 염려하여 위로합니다. "자매... 수고했어요. 내년에는 잘 좀 부탁해요."

 

그래도 마음에는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내 머리 돌리도..."

 

 


  • ?
    깽진 2007.07.25 18:17
    목사님, 기억나세요? 민희랑 저랑 몇몇자매들이 어설프게 파마도구를 들고 농촌봉사 단기선교갔다가 사모님 머리를 망치고 왔던것요... 함께 갔었던것 같은데... 하하하 그때 파마가 너무 약하게 나와서 우리는 무척 아쉬워 했었는데, 사모님은 안도의 한숨을 깊이 쉬셨잖아요... 그때 생각나네요... 그 자매님에게 화이팅! 외쳐주고 싶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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