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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생활이 3년을 지나 4년이 되어 갑니다. 캄보디아 사람처럼 그렇지는 못해도 생활의 많은 부분이 캄보디아화(化)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뜨거운 날씨며 무질서며 교통질서 없는 거리 등은 자연스런 삶의 일부분처럼 느껴집니다. 그만큼 캄보디아화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 말이겠지요.

 

열악한 캄보디아의 현실 속에서 많은 것을 참고 견디며, 때로는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정말 답답하고 견디기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의료" 문제입니다. 날씨 더운 것이야 참으면 되고 생활의 불편들이야 포기하면 되지만, 몸이 아플 때는 참을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는 참으로 답답한 경우들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지난번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인천 공항에서부터 현찬이가 열이 나고 몸이 좋지 못했습니다. 가벼운 감기려니 생각하고 종합 감기약을 먹이고 쉬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2~3일 열이 떨어지더니 다시 열이 나기를 며칠 동안 반복하였습니다. 한국에서 돌아온 이후에 며칠 간 "꺼꽁"이라는 지방에서 GMS 지부 O.T가 있어서 참석하느라 피곤하고 힘들어 그렇겠지 생각하고 계속 감기약만 먹였는데, 지난 주에는 기침이 심하고 열이 많이 나고 오한을 느껴 할 수 없이 병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곳의 병원들은 모두 의료 수준이 낮고 열악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기에 할 수 없이 조선족 여 의사가 원장으로 있는 "ㅈ 병원" 응급실로 늦은 밤에 갔습니다. 의사가 이것저것 묻더니 "댕기열병"일 가능성이 있다면 입원하여 치료하라고 했습니다. 제 생각에 분명히 댕기열병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입원하고 피검사를 시작으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입원한 둘째 날부터는 열도 떨어지고 상태가 좋아서 퇴원을 하려고 했더니 댕기는 일주일은 입원해야 한다고 하며 더 있으라고 했습니다. 저는 병원에 있으면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아서 일단 퇴원하고 외래로 와서 주사도 맞고 치료를 받겠다고 하고 퇴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다시 병원에 와서 링거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주사를 맞을 때 어지럽다고 하더니 주사를 다 맞은 후에 생생하던 아이가 하루 종일 병든 병아리 모양 이리저리 푹푹 쓰러져 잠만 자는 것입니다. 너무 이상해서 병원으로 전화를 해서 문의를 했더니 댕기 때문이라고 빨리 와서 다시 입원을 하라는 것입니다. 열도 없는데 무슨 댕기냐고 했더니 열이 없는 댕기도 있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정말 기가차서 말이 안나오더군요. 댕기열병이라고 부르는 병에 열이 없다고 하니, 의학의 "의"자도 모르는 제가 들어도 의사가 정말 의사인지 묻고 싶더군요.

 

아이에게 도대체 어떤 치료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댕기 치료를 위해 페니실린 항생제를 주사했다고 대답을 해서 진단서를 발급해 달라고 했습니다. 진단서의 병명에 "댕기열"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진단서의 아래쪽에 피검사 결과가 기록되어 있는데 댕기검사 항목에 "Negative(음성)"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댕기도 아닌 사람들 댕기라고 진단하고 피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을 보였는데 독한 항생제를 아이에게 주사했으니 아이가 약에 취해서 병든 병아리 모양 하루 종일 잠만 잤던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점점 기침이 심해지고 열도 높아서 할 수 없이 다른 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비가 너무 비싸서 생각지도 못했던 S.O.S 병원으로 갔습니다. 이 병원은 외국인 의사들이 진료를 하기 때문에 진료비가 너무 비싸서 아무리 아파도 갈 생각을 못했던 병원인데 다른 방법이 없어서 결국에는 문을 두드렸습니다.

 

피검사와 X-선 검사, 댕기와 말라리아 검사 등 모든 진료를 마치고 의사는 현찬이의 병은 기관지염인데 치료시기를 놓쳐 악화가 된 상태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아주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서 약을 먹고 며칠 뒤에 다시 경과를 살피기로 했습니다. 그날 처방약을 먹고 나서 신기하게도 열도 떨어지고 기침도 잦아들고 아이의 상태가 점점 호전되었습니다.

 

자신들이 치료하고 있는 환자가 무슨 병을 가진 환자인지 조차 파악도 못하고 무조건 링거를 꽂고 항생제를 쏟아 붇는 무책임한 의사들에게 병든 몸을 맡겨야 하는 이 나라의 의료 현실이 안타깝다 못해 화가 납니다. 병원에서 댕기라고 하길래 인터넷으로 댕기열병에 대해 조사를 했더니 놀라 까무라칠 정도였습니다. 댕기열병에는 항생제 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리 중국 의사라지만 의사의 자격에 대해 묻고 싶었습니다.

 

다행스럽게 현찬이는 이제 거의 다 치료되어 약간의 잔기침만 하고 아직 약은 먹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아무리 급해도 아무 병원이나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값비싼 교훈을 다시 깨닫고 배웠습니다. 저희 가족 모두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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