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27 22:04

특권으로 사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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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으로 사는 나라, 캄보디아


어느 나라, 어느 사회나 특권층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일반적으로 민주화된 나라나 사회일수록 특권층이 얇아지고 비민주적인 구조를 가진 나라나 사회일수록 두터운 특권층을 가지게 됩니다.

캄보디아는 한마디로 특권으로 사는 나라로 부를 수 있습니다. 아주 두터운 특권층을 가지고 있으며, 특권을 누리며 사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특권층이 많은 이유는 캄보디아가 왕국이라는 특징과 함께 아직 민주적인 질서가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내 도로를 다니다 보면 자주 경찰들이 교통을 통제하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도로 전체를 막아 차량이 다니지 못하도록 합니다. 꼼짝없이 도로 한쪽 구석에 차를 세우고 한참동안 기다리면 어김없이 경찰 오토바이의 사이렌 소리와 함께 시커먼 자동차 몇 대가 쏜살처럼 지나갑니다. 시커먼 자동차 속에 누가 타고 있는지 모르지만 온 도로를 전세내고 달려가는 특권이 보통 특권은 아닌 듯합니다.

워낙 일상 중에 보는 일이라 요즘은 저도 무감각해질 정도입니다. 경찰이 차를 통제하면 "또 누가 지나가나보다..." 그저 그렇게 생각합니다. 외국인인 제가 그럴 정도이니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런 특권을 부러움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캄보디아의 도로에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최고급 차량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름도 듣지도 못했고 보지도 못했던 차들 입니다.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구경조차 못할 그런 차들입니다. 이런 고급차를 스물 두어살 된 어린 여자아이들이 몰고 가는 것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고급차들의 대부분은 앞부분의 범퍼에 금색으로 된 문장을 로고처럼 붙인 차들입니다. 주로 군인들이 소유한 차량에 많고 정부 고위직 등이 그런 문양을 붙이고 다닙니다. 이런 문양이 있는 차는 경찰들이 손을 대지 못합니다. 권총을 찬 운전기사와 경호원을 대동하고 거드름을 피우며 차에 오르는 그들의 모습은 가히 특권의 첨단을 달리고 있습니다.

간혹 차량의 운전석이나 조수석 유리 앞에 A4 용지 크기의 종이에 VIP라고 쓰인 종이를 붙이고 다니는 차들을 볼 수 있습니다. 황금색 로고를 붙일 수 있는 수준은 안 되지만 그래도 특권층의 한 부류라는 것을 나타내는 표지입니다. 이 종이 한 장으로도 경찰의 단속 정도는 쉽게 비껴갈 수 있습니다.

예전에 한 선교사님의 차에 이 종이 딱지를 붙이고 있다가 교통 위반으로 경찰에 붙들렸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종이 딱지를 보더니 외국인이 당신이 왜 이 종이 딱지를 가지고 있느냐고 묻더랍니다. 분명히 이 종이 딱지를 가질 자격이 없는데 있으니 이상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던가 봅니다. 그래서 선교사님은 대답하기를 나도 잘 모른다. 그런데 내 친구가 이걸 주면서 차에 두라고 했다. 궁금하면 이걸 준 친구에게 전화 걸어 줄테니 통화해보라고 했답니다. 그 말을 들은 경찰은 됐다고 하면서 그냥 가라 하더랍니다.

때로는 저도 이런 특권 속에 살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특권이 통하는 사회에서 특권을 가지고 사는 것이 얼마나 편리한지 알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특권을 행사 할 때 그 피해를 특권이 없는 서민이 당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고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남의 나라에서 아무런 특권도 없이 약자로 살아가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가장 큰 특권이 하나있습니다.

하나님의 자녀 된 특권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된 권세는 캄보디아에서 누릴 수 있는 비민주적인 그 어떤 특권보다 크며 값있는 것임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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