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20 18:13

아직도 공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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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썩사 썽꿈) 6학년 과정을 다 마쳤습니다. 처음 크마에(캄보디아어) 공부를 시작할 때 깨어진 라면 부스러기 같은 문자가 얼마나 어려운지 공부 시간만 되면 머리가 아프고, 작은 핑계만 있으면 오늘은 바빠서 공부를 쉬어야 한다고 언어 선생님에게 말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러기를 5년. 중간에 몇 달 쉰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공부를 했습니다.

 

나이 40에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나를 배우면 그 다음날 두 개를 잊어 버렸습니다. 어떤 때는 한번 공부한 책의 내용이 이해가 안 되어 다시 한 번 더 공부하자고 해서 두 번이나 공부를 한 적도 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단어를 가지고 시장에 가서 말했더니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시장 사람들이 쓰는 그들만의 말이 또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모또돕(오토바이 택시)을 타고, 가고 싶은 곳을 열심히 설명했는데 다 알아듣겠다고 끄덕끄덕 대답을 하고는 엉뚱한 장소에 내려 주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우리 집 앞에 사는 캄보디아 사람이 키우는 개가 주인이 뭐라뭐라 큰 소리 치니까 집 안으로 쏙 들어가는 것을 보고 "개도 알아듣는 캄보디아 말을 나는 왜 못할까?" 생각을 하며 '캄보디아' 말을 알아듣는 '캄보디아' 개가 부러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5년이 흘렀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냐고요? 묻지 마세요. 대답하기가 두렵습니다. 그렇게 물으면 저는 그냥 이렇게 대답합니다. "식당가서 밥 굶지 않고 먹을 만큼 합니다." 아직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원망스럽습니다. 바벨탑을 쌓기 시작했던 조상들이 원망스럽습니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사회 7학년(중학교1학년) 책을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책을 사서 펴 보았더니 초등학교 교과서와 달라진 것이 있었습니다. 글자의 크기가 작아지고 글씨는 많아지면서 그림은 적어졌다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머리가 좀 더 아프겠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1과를 읽어봤더니 초등학교보다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요즘은 언어공부를 한 주간에 3일만 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5번, 매일 공부를 했었는데 언어 선생님이 이 정도면 공부 시간을 줄여도 좋겠다며, 원하면 공부 시간을 줄이자고 했습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3일로 줄이자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화, 수, 목 아침 8시30분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언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캄보디아에서는 보기 드문 국어학자 정도 됩니다. 외국인 선교사에게 캄보디아어를 가르치는 것이 자신이 하나님을 섬기는 방법이라고 여기며 아주 열심히 가르칩니다. 배우는 학생들이 많아서 예전에는 이 선생님에게 배우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여유가 생겼습니다. 오전에 가르치는 학생이 저 혼자입니다. 보통은 8시30분부터 10시까지 저를 가르치고 10시 30분부터 또 다른 학생을 가르쳤는데 요즘은 10시 30분에 가르치는 학생이 없습니다. 그래서 문제입니다.

 

공부 시작 시간은 8시 30분입니다. 마치는 시간은 훈센 총리도 잘 모릅니다. 어떤 때는 10시(본인이 바쁜 일이 생기면, 그러나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어떤 때는 10시 30분, 어떤 때는 11시, 심지어 11시 30분까지 공부를 하는 날도 있습니다. 아침에 세 시간 크마에 공부를 하고나면 머리가 터지려고 합니다.

 

어떤 날은 마음속에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의 열성에 화를 낼 수가 없습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선생님의 모든 가르침을 다 알아듣는 듯한 표정을 하며 세 시간을 참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제가 가르치는 모든 것을 전부 이해하는 아주 훌륭한 학생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두 시간 정도 지나면 머리가 백지가 되어 아무것도 안 들립니다. 그래서 요즘 제 소원은 빨리 10시 30분에 언어 공부하기를 원하는 학생이 한명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면 뒷사람을 생각해서 제 시간에 마칠지도 모르니까요.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그래도 5년 동안 떨어진 한 방울 한 방울 때문에 성경도 읽고, 사역자들에게 성경도 가르치고, 설교도 가르칩니다. 캄보디아 말로 찬송가도 제법 잘 부릅니다.(원래 제가 좀 음치입니다. 다른 건 다 잘하는데 음악만 못합니다^^;)

 

언어공부를 그만두고 싶기도 하지만, 앞으로 5년만 더 공부하고 그때 가서 그만둘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그냥 소처럼 공부하면 언젠가는 자유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꿈을 가지고 계속 해 보렵니다. 어느 개그우먼의 개그처럼 " 참 쉽죠오 잉~"하는 날까지요.

 

혹시 캄보디아에 오셔서 저를 만나시면 "목사님! 캄보디아 말 잘하세요?"라고는 묻지 마세요. 대답이 두렵습니다. 그러나 다른 질문에는 잘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7학년 교과서를 이제 폅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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