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오셨습니다....

by 로꾸루톰 posted Jun 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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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 미국에서 캄보디아 선교지를 보시기 위해 목사님 한분이 오셨습니다. 꼬박 하루가 넘는 시간을 비행기로 여행하여 캄보디아 땅을 밟게 되셨습니다. 캄보디아 선교를 위해 기도하시던 중 저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게 되셨고, 그 인연으로 캄보디아까지 오시게 된 것입니다. 공항에서 목사님을 처음 만나 인사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호텔로 가는 차 안에서 갑자기 목사님께서 "선교사가 본인의 은사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무척 당황했습니다. 갑자기 그런 질문을 던지는 목사님의 의도를 몰라서 당황하기도 했었지만, 그보다는 지금까지 캄보디아에서 선교사로 사는 동안 어느 누구도 저에게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없었고, 더구나 저 스스로도 제 자신에게 던져보지 않았던 질문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까지 한 번도 선교사가 저의 은사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습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마음 한쪽 구석이 불안(?)했습니다. 본인의 은사가 선교사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을, 선교사라고 만나기 위해 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게 만든 죄인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목사님의 대답은 또 한 번 저를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선교사는 좀 뻔뻔한 말도 할 줄 알아야 하고, 걸걸하기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목사님은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읽어본 목사님의 글이나 짧은 시간 나눈 대화를 통해 목사님은 선교사라기보다는 목회가 은사인 것 같았습니다."

 

 

그제야 목사님께서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제 스스로 저의 은사가 선교라는 생각을 해 본적은 없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사역했던 지난 5년은 물론이고 그 이전에도 나에게 선교가 은사라는 생각을 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아직도 누가 저를 부를 때 "선교사님"이라고 부르면 불편합니다. 저는 "목사"라는 칭호가 좋고, 저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도 꼭 "목사"라고 소개합니다.

 

 

그럼 은사도 아닌 선교사를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 "선교 사역 중, 목사만이 감당할 수 있는 사역의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요즘은 평신도를 중심한 전문인 선교가 선교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도 많은 전문인 평신도 선교사들이 자신의 은사를 따라 사역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의사로, 어떤 분은 학교 교사로, 어떤 분은 기술자로, 각자의 은사대로 선교사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사역을 통해 선교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교 사역의 지평이 넓어지고 다양한 전문인 선교를 통하여 복음이 전파되고 있지만 목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선교의 영역이 있습니다. 그것은 목사를 양육하는 사역입니다. 의사는 의사를 통해 훈련되어지고 만들어집니다. 기술자는 기술자에 의해 훈련되어지고 만들어집니다. 마찬가지로 목사는 목사에 의해서 훈련되어지고 양육되어지기 때문입니다.

 

 

"목사"라는 말의 캄보디아어는 "꾸루 꽁뷜"입니다. 그 말을 직역하면 "양치기"라는 뜻입니다. 양치기 목동은 교실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양치기는 이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양치기 목동은 대장장이를 통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쇠를 다루듯 양을 다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목동은 들판에서 또 다른 목동의 양치는 모습을 보며 자라나는 법입니다. 그래야 양을 알고 양도 목동을 알아보게 됩니다.

 

 

저는 캄보디아에서 제가 감당해야할 선교 사역을 이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교회 건물을 세우는 것이 저의 사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교회를 개척해서 교회 간판 다는 것을 저의 사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 3 여 년간 12명의 제자들을 데리고 다니시며 "선한 목자"로 양을 사랑하는 목자의 마음을 나타내셨습니다. 선한 목자이신 주님을 따르던 제자들은 양을 사랑하는 주님의 마음을 배우며 또 다른 선한 목자로 양육을 받았고, 그들을 통해 오늘날까지 주님의 목양 사역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저도 그 뒤를 따라 이 땅에서 작은 양치기로서 새로운 양치기를 양육하는 것이 저의 사역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양 떼를 잘 돌볼 수 있는 목동을 키우면 그것으로 제가 감당할 사역은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캄보디아 복음화는 캄보디아 사람들에 의해서 완성되어야 합니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질 캄보디아 복음화를 위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사역이, 캄보디아의 목자 없는 양 떼들을 돌볼 수 있는 크마에(캄보디아) 목동을 가르치고 훈련하여 들판으로 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선교사가 본인의 은사라고 생각하세요?"

 

 

단순한 질문 하나가 저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목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