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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외국인 묘지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한국 선교를 위해 삶을 바친 선교사들의 묘지가 있습니다. 언어와 풍습이 다른, 먼 이국에서 오직 복음을 위해 살다가 이 땅에 "뼈를 묻은" 선교사들입니다. 그 앞에 서면 엄숙해지고 숙연해 집니다. 남의 나라에서 뼈를 묻는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선교사로 외국에 있는 저에게 가끔 언제까지 선교사로 있을 것이냐고 묻습니다. 캄보디아에 뼈를 묻을 것이냐고도 묻습니다. 한국에 다시 올 생각은 없느냐고 묻습니다. 어떤 선교사들은 이곳에서 뼈를 묻겠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정말 숙연해지는 대답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건 저도 모릅니다." 저는 캄보디아에 뼈를 묻을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뼈를 묻지 않겠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주님께서 뼈를 묻으라고 하시면 뼈를 이곳 낮선 이국 땅 캄보디아에 묻을 것이고, 주님께서 그곳이 아니고 다른 곳이라고 하시면 그곳으로 가야겠지요. 내가 이곳에 묻히고 싶으면 이곳에 묻히고 저곳에 묻히고 싶으면 저곳에 묻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그맨이 만든 유행어 가운데 "그건 니 생각일 뿐이고..."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캄보디아에 뼈를 묻겠다는 마음은 선교사로써 소중한 마음이며 귀한 열심입니다. 그러나 그건 "니 생각일 뿐일"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열심이 아니라 선교사의 열심뿐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계획은 다른 곳에 있는데 혼자의 열심만으로 고집 부리는 것은 잘못된 열심입니다.

 

 

신학교에서 공부할 때 노(老) 교수님께서 목사는 항상 세 가지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첫째는 설교 준비이고 둘째는 심방 준비이고 셋째는 이사 준비라고 하셨습니다. 그 당시에 설교 준비와 심방 준비는 이해가 되었는데 이사 준비는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교인들이 목사를 쫓아내면 조용히 쫓겨 가야한다는 말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그 말씀의 뜻이 무엇인지 조금 알겠습니다.

 

 

이사 준비는 항상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귀를 기울이라는 뜻이 아닐까요? 목사가 청빙을 받아 위임을 받으면 "내 목회지", "내 교회"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곳에 뼈를 묻는 것을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어떤 목사는 "내 교회"에 뼈를 묻는 "영광"을 얻기 위해 절반이 넘는 교인을 교회에서 쫓아 내버린 목사도 있습니다. 뼈를 묻겠다는 혼자의 열심 때문에 교회가 두 개로 쪼개진 것입니다.

 

 

목사는 언제라도 이사 갈 준비를 하라는 노 교수님의 말씀은, 뼈를 묻겠다는 본인의 열심보다, 주님의 음성에 순종하는 이사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가르침임을 이제야 조금 알겠습니다.

 

 

선교사는 정착민이 아니고 유목민입니다. 선교사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유목민입니다. 항상 주님의 인도를 따라 이사를 준비해야 하는 유목민입니다. 선교지에 뼈를 묻겠다는 열심은 귀하고 아름다운 열심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열심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님의 인도하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님의 손가락이 지시하는 그곳이 가야할 방향이기 때문에, 혼자 열심만으로 이곳에다 다시는 뽑을 수 없는 말뚝을 박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주님께서 "가자!" 하시면 언제라도 말뚝을 뽑고 짐을 꾸려 떠날 수 있는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지내고 싶습니다.

 

 

주님께서 "자! 말뚝 뽑아라, 떠나자!"라고 하실 때, 너무 깊이 박은 말뚝이 안 빠지거나, 혹은 뽑아야할 말뚝이 너무 아까워 머뭇거린다면, 아이구... 큰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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