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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는 헌법에 국교를 불교로 규정하고 있는 불교국가입니다. 그리고 국왕은 불교의 최고 수장이 됩니다. 법적으로는 종교의 자유가 허락되어 있지만 국교가 불교인 현실에서는 많은 부분에 직, 간접적인 방해와 탄압이 지속적으로 있습니다. 교회의 규모가 작을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교인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면, 허가서가 없으니 "불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어려움을 줍니다. 허가서를 얻는 것만이 "불법"의 딱지를 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당연히 허가서를 받고 싶었지만 정부에서는 교회 허가 신청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서류를 책상 위에 두고 허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정부에서 모든 종교 기관은 예배 허가서를 받아야 한다며, 기존 허가를 받은 교회는 "갱신"을 요구하고 허가가 없는 교회에는 "신규 발급"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교회도 신규 발급 절차를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를 긴 여정(?)이지만....

교회 허가를 받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을 정부에서 발급하는 "신청서"를 구입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썸낭 전도사와 함께 종교부로 가서 신청서를 구입했습니다. 신청서는 모두 7벌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한 벌은 각각 A4 용지 양면으로 된 3장의 서류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모든 신청서를 볼펜으로 직접 기록해야하고 틀린 경우는 수정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신청서를 다시 구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별첨 서류가 필요한데 교회의 약도, 땅 주인의 허락서, 전체 교인 명부, 교회 전경 사진, 교회 정관 등등 별첨 서류를 각각 7벌 준비해야 됩니다. 그러다보니 신청서 작성을 위해 필요한 서류의 양만해도 100여장이 넘습니다. 전형적인 후진국 관료주의 행정의 표본입니다. 뿐만 아니라 몇 군데의 행정 기관을 거치는 동안 첨부 서류가 더 늘었습니다. 상급 기관으로 갈수록 더 많은 돈을 뜯기(?) 위해 이것이 필요하다 저것이 필요하다며 요구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서류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돈이 필요한 것이지요.

썸낭은 관공서를 갔다 오면 큰 일 난 듯이 "빤냐하(문제가 생겼습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제가 오죽했으면 "빤냐하"라는 말은 듣기가 싫으니 앞으로 그 단어는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공무원들이 "빤냐하"라고 말하는 것은 "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걱정하지 말고 서류나 준비하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서류를 작성하는 작업은 아주 고된 작업입니다. 총 21장이나 되는 신청서를 틀리지 않고 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썸낭에게 미리 연습을 시키고 준비를 해서 시작을 했습니다. 하루 종일 신청서를 쓰더니 손가락에 쥐가 난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신청서 작성을 마치고 필요한 서류들을 챙겨서 먼저 이장에게 갔습니다.

이장에게는 반드시 가야할 필요가 없지만 우리가 정식 교회 허가를 받기 위해 절차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혹시 서류에 잘못이 있으면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서류를 살피던 이장이 아주 중요한 것이 틀린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교회 주소가 틀린 것입니다. 제가 썸낭에게 반드시 이장에게 확인하고 주소를 적으라고 했는데 썸낭은 동네 사람에게 주소를 물어보고 적은 것입니다. 다시 종교부에 가서 새로운 신청서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손에 쥐가 나도록 신청서를 다시 작성했습니다. 그러게 처음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새롭게 작성한 신청서와 첨부 서류를 들고 "쌍깟"으로 갔습니다. 프놈펜의 행정 구분은 "끄롱(시)", "칸(구)", "쌍깟(동)", 그리고 가장 작은 "끄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쌍깟에서부터 본격적인 절차가 진행됩니다. 처음 방문한 날 담당자가 없습니다. 내일 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다음날 갔습니다. 그날도 없다고 합니다. 세 번째 방문해서 담당자를 만났습니다. 서류를 보더니 트집을 잡기 시작합니다. 빠진 것이 있어 준비해오라고 합니다. 다음날 준비해서 갔습니다. 또 새로운 트집을 잡습니다. 그래서 "얼마면 되겠니?"라고 물었습니다. 그제야 얼굴이 밝아지며 10불이랍니다. 10불을 받더니 서류를 두고 가면 내일 도장을 찍어 주겠다고 합니다. 일주일 만에 감격스러운 첫 도장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칸으로 갔습니다. 칸에는 두 군데의 부서를 통과해야 합니다. 종교 담당 부서와 청장의 도장이 필요합니다. 두 부서가 한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곳에 있어서 찾아가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일단 어느 부서든지 서류를 보고 안 된다는 말부터 합니다. 아예 얼마를 달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래도 양반입니다. 칸에서는 두 부서를 거치며 80불이 들었습니다. 3주에 걸쳐 두 개의 도장을 받고 시청으로 갔습니다.

시청 역시 두 개의 부서를 통과해야 합니다. 시청 종교 담당부서에서는 의외로 쉽게 50불에 도장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시장이 프랑스로 출타중이랍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서류를 두고 가면 처리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요금(?)은 70불이랍니다. 이런 경우는 별 도리가 없습니다. 출타하신 분이 돌아오실 때가지 기다리는 수 밖에는...

3주간 지난 뒤에 다시 방문했더니 시장의 허가를 받았다며 허가증을 주었습니다. 시장의 허가증은 신청서에 도장을 찍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서류로 만들어서 종교부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한군데만 남았습니다.

종교부에 갔던 썸낭으로 부터 또 큰 일이 난 듯이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당장 만나야 한다고 합니다. 바빠서 오후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만나자 마자 썸낭은 또 "빤냐하"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 말은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썸낭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아침에 종교부에 갔더니 접수창구에 직원이 무슨 일이냐고 묻더랍니다. 그래서 교회 허가를 받기 위해 왔다고 하자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랍니다.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한 시간이 되어도 옆 사람하고 잡답만 하더랍니다. 몇 번 가서 물어도 기다리라는 대답만 합니다. 그래서 썸낭이 만리엘(약 3천원)을 손에 쥐어 주었더니 그 자리서 바로 접수를 받고 담당자에게 보내더라는 것입니다.

담당자를 만났는데 썸낭을 보자마자 큰소리로 야단을 치더랍니다. 이유는 신청서를 담아간 파일의 표지가 낡았기 때문이랍니다. 공연히 공무원들 앞에만 가면 기가 죽는 터라 쩔쩔 매는데 여기저기 트집을 잡으며 썸낭을 한참 동안 몰아 부쳤던가 봅니다. 왜 허가도 없이 지금까지 예배를 드렸느냐 부터 시작해서 어디의 어떤 교회는 허가를 취소하고 돌려보냈다는 협박까지 했답니다. 그래서 썸낭이 150불이면 되느냐고 물었답니다.

제가 썸낭을 보내기 전에 두 개의 봉투를 주었습니다. 하나에 70불을 담아서 우선 70불로 협상을 하고 협상이 결렬(?)되면 30불을 더해서 최고 100불로 해결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의 엄포에 겁이 질려 70불은 말도 못해보고 150불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런데 공무원은 안 된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래서 200불이면 되겠느냐고 했더니 또 안 된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300불이라고 했더니 "300불로는 교회 허가 못 받는다" 그러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애써 도장을 받았던 신청서를 자기 책상에 넣고는 가라고 하더랍니다. 썸낭은 아무 말도 못하고 쫓겨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정말 큰일이 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썸낭을 데리고 종교부로 갔습니다. 저도 화가 많이 났습니다. 썸낭이 담임목사가 아니고 아직 학생이라는 것도 알고 교회 책임자가 따로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텐데 만만한 젊은 아이에게 큰소리치는 공무원들의 권위주의에 화가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썸낭에게 공무원들에게 기죽지 말라고 가르치려고 담당자에게 큰 소리 칠 작정을 하고 종교부로 갔습니다.

이미 기가 죽은 썸낭과 함께 종교부에 가서 화난 얼굴로 담당자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저쪽 책상을 가르쳐 줍니다. 썸낭과 제가 함께 오는 것을 본 공무원이 갑자기 손을 모아 "쭙립쑤어"라고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합니다. 그래서 저도 인사를 했습니다. 공무원은 의자를 주면서 썸낭에게 앉으라며 아주 친절하게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한국 사람들이 캄보디아를 위해 좋은 일들을 많이 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한국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런데 왜 교회 허가를 받는데 많은 돈을 요구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교회 허가를 위해서 돈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태국과의 국경 분쟁으로 군인들에게 돈이 많이 필요한데 정부에서 충분히 돈을 보내주지 못하니까 그 일을 위해 도움을 좀 받고 싶은 것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러면서 썸낭에게 "아침에 150불 줄 수 있다고 했지?"라고 묻는 것입니다. 얼떨결에 썸낭은 "예"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150불에 해주겠다고 대답을 합니다. 아침에 70불을 불렀으면 70불이면 되는 것인데... 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일이 생각보다 잘 해결되어 큰소리 없이 돌아서 나오는데 그 사람이 썸낭을 불러 뭐라고 말을 합니다. 나중에 물었더니 그 공무원이 하는 말이 교회 허가서가 한 달이 걸릴지 두 달이 걸리지 모르는데 자기에게 20불만 더 주면 빨리 허가서를 주겠다고 하더랍니다.

썸낭이 나오면서 저 사람 아침하고는 너무 다르다고 말을 합니다. 그래서 가난한 나라의 공무원들은 자신이 국민들 위에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은 국민들을 섬겨야 하는 사람들이다. 목사도 마찬가지이다. 덜된(?) 목사는 자신이 교회의 주인이거나 교회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섬김을 받으려고 한다. 그러나 참된 목사는 교인들, 작은 어린 아이 하나까지라도 섬기는 사람이다.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공무원을 만날 때는 절대 앞에서 기가 죽지마라. 저런 사람들은 약한 사람들 앞에서는 큰소리치고 강한 사람들에게는 꼼짝 못한다. 지은 죄도 없는데 왜 무서워하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썸낭의 대답이 정답입니다.

"이상하게 공무원 앞에만 가면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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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꾸루톰 2009.10.29 22:12
    지난 10월 26일 교회의 예배 허가서를 종교부에 접수했습니다. 담당자 말로는 언제 허가서가 나올지 모른다고 합니다. 빠른 시간내에 혀가서를 받을 수 있게 되기를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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