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아침에....

by 로꾸루톰 posted Apr 1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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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아침, 시시한 농담이나 가벼운 거짓말을 우스개로 넘길 수 있는 여유로운 아침이었습니다. 사실 그날 아침이 만우절인지도 몰랐습니다. 점심을 어디서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하다가 아직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시내에 볼일도 있고 해서  차를 타고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때 집 사람의 전화가 울렸습니다. 학교에 간 현섭이 전화였습니다.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갑자기 집사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진짜?”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더니 현섭이가 대학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았어요라며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대학을 가야하는 현섭이가 작년부터 대학 진학을 위해 토플과 SAT 등 시험을 치고 준비를 했습니다. 청소년 사역을 공부하여 전 세계의 청소년들을 섬기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원할 대학을 찾는 것도 문제였지만 저에게는 대학보다 더 중요한 학비라는 짐이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학비가 조금이라도 저렴한 대학, 장학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대학, 건전하고 경건한 신학 사상으로 가르치는 대학을 찾았습니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들이 기숙사비까지 연간 4만 불 정도의 학비가 필요했습니다. 반액의 장학금을 받아도 연간 2만 불, 매월 약 2백만 원 이상의 학비가 있어야 하는데, 제가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학을 알아보다가 미국의 카이퍼 대학을 알게 되었습니다. CRC 교단의 신학 대학이고, 100년의 역사를 가진 학교이며, 작은 규모의 학교였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다른 대학에 비해 저렴한 학비였습니다. 기숙사비까지 포함해서 연간 25천불 정도 되었습니다. 현섭이가 공부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 사역 전공도 있었고요. 이 학교를 마음에 정하고 입학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성적, 토플, SAT 성적 등을 학교로 보내고, 그 외에 학교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준비했습니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 추천서도 받았습니다. 왜 이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은지, 꿈은 무엇인지,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는지, 자신에 대한 자세한 소개 에세이를 작성해서 보냈습니다. 엄마 아빠를 따라서 캄보디아 선교사로 와서 경험했던 힘든 순간들, 그러면서 영적으로 성장했던 경험들, 캄보디아 현지 교회를 섬기며 청소년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봉사했던 이야기들, 앞으로의 꿈과 비젼... 여러 장의 글을 써서 보냈습니다.

 

한참 후에 학교로부터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직접 오고 갈 수가 없으니 전화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를 담당했던 분도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외국으로 선교를 갔던 경험이 있다며 현섭이의 에세이를 읽고 공감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장학금을 하나 소개를 해 주었습니다. 원하면 대신 장학금 신청을 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해 달라고 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후 곧 결과를 알려 주겠다고 했습니다. 며칠 후 DHL 우편물이 하나 도착했습니다. 대학에서 보낸 것이었습니다. 벌써 합격 통지서가 온 것은 아닐 것 같고 무슨 우편물일까 생각하며 열었는데 합격 통지서가 들어 있었습니다. 합격 통지서 하단에 부학장님의 너는 우리 대학에서 꼭 가르치고 싶은 학생이다. 우리 대학에 오게 되어 기쁘다는 친필 축하 메시지까지 있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기뻐하며 축하를 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학비 문제 뿐 이었습니다. 장학금을 많이 받아야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소개해준 장학금 외에 여러 종류의 장학금 신청서를 보냈습니다. 학교에서 부모가 아이의 공부를 위해 연간 얼마의 학비를 부담할 수 있는가를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답장을 보내기를 앞으로 2년간은 매년 5천 불 정도를 부담할 수 있고 3, 4학년이 되는 해는 둘째가 또 대학을 가기 때문에 연간 2천 불 정도 부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장학금 결과를 알려 주겠다는 날이 지났는데 학교에서 연락이 없었습니다. 마음속으로 걱정이 되었습니다. 기다리는 수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현섭이가 대학에 이 메일을 보내 확인해 보니 아직 미정이라고 대답이 왔습니다. 예정된 날짜보다 한 달이 지났지만 연락이 없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직 금액이 결정 안 되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연락만 왔습니다. 부모가 부담하겠다는 학비의 금액이 너무 작아서 학교에서 이 부분을 가지고 여러 번 회의를 했던 모양입니다. 그때 마침 또 어떤 선교사님의 아들이 대학에 합격했는데 전액 장학금을 달라고 했더니 입학을 보류했다는 소문도 들렸습니다. 현섭이도 그래서 연락이 없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었습니다.

 

만우절 아침에 학교에 간 현섭이가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대학에서 연락이 왔는데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을 했습니다.  “혹시 만우절인데 농담은 아니겠지...” “설마, 이런 농담을 현섭이가 할까?” 다시 현섭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만우절이라고 농담한 거 아닌지 물었더니 아니랍니다.

 

지난 7년 동안 캄보디아에서 사역하며 꼭 필요한 때에 꼭 필요한 만큼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배웠습니다. 책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 가운데서 배웠습니다. 어렵고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때 그만큼의 은혜로 넘어왔습니다. 만우절 아침에 마치 거짓말처럼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채우심에 감사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