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by 로꾸루톰 posted Dec 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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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썸낭 전도사 부부와 점심을 먹으며 농담 반 진담 반, 교회의 자립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이 나온 김에 자립에 대해 좀 더 분명하게 밝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오늘 쁘로까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를 마칠 때 축도를하고 예배 드린 성도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 잠시 앉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교회 자립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성도 여러분, 농부가 어떻게 살아갑니까? 

(성도들) 농사 지어서요.

예 맞습니다. 그러면 가게를 가진 사람은 어떻게 살아갑니까?

(성도들) 물건 팔아서요.

예, 그러면 학교 선생님은요?

(성도들) 학생들 가르치면 나라에서 월급을 줘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그러면 교회에서 봉사하는 사역자들은 어떻게 살아갑니까?

......

 

썸낭전도사가 논에서 일합니까? (아니오) 썸낭 전도사가 가게에서 물건 팝니까?(아니오) 그러면 썸낭 전도사는 어떻게 삽니까?(.....)

 

아무도 대답을 못합니다. 잠시 후에 어떤 분이 성도들 영혼 구원하면서 살아요라고 대답합니다. 어떤 분은 믿음으로 살아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여러분, 성도들의 영혼을 구원하고 믿음으로 살면 밥 안먹어도 살아요? 밥도 못먹고 영혼 구원하고, 밥도 못먹고 믿음이 크면 클수록 천국에만 빨리 갑니다. 

 

모든 성도들이 다 웃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예를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나도 농사도 안하고 가게도 없지만 캄보디아에서 살 수 있는 이유는 한국의 교회에서 나에게 후원금을 보내 주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의 후원과 기도로 나는 이곳에서 생활하고 교회도 돌보고 썸낭 전도사 공부도 시키고 있다. 만약 한국 교회가 나를 도와주지 않으면 나는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농사를 하거나 장사를 해야하고 그래도 살 수 없으면 한국으로 가야한다.

 

교회에서 봉사하는 사역자들은 모두 이런 인생을 살아간다. 썸낭도 교회를 섬기며 성도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성도는 그런 썸낭의 생활을 책임지고 담당해야한다. 만약 교회가 사역자의 생활을 책임지지 않으면 사역자들은 논으로 가거나 장사를 하거나 교회를 떠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말하자 모든 성도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여러분, 이곳에 처음 교회를 세웠을 때 성도들도 없고 헌금도 없어서 지금까지 제가 썸낭의 생활비를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성도들도 많이 늘었고 스스로 헌금도 할 수 있으니 이젠 여러분들이 여러분 교회의 사역자를 돌아 보아야 합니다. 금액이 많고 적은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여러분의 교회가 감당 할 수 있는 금액부터 시작해서 교회 형편에 따라 조금씩 늘여가면 됩니다. 한국 교회가 저의 생활을 책임지고 생활비를 보내 주듯이 여러분은 여러분의 교회 사역자들 생활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다들 공감하며 동의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예배를 마치고 썸낭 전도사 부부와 교회 재정을 담당하는 성도 2명과 함께 따로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재정 담당자들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교회가 썸낭 전도사에게 어느 정도의 생활비를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머뭇머뭇 거렸습니다. 그래서 교회 돈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돈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정 장부를 보자고 했습니다.

 

현재 남은 금액, 매주 헌금액 등을 점검해보니 한달에 10불 정도는 충분히 생활비를 감당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음달인 내년 1월부터 매월 10불씩 따로 챙겨서 전도사님에게 주라고 했습니다. 함께 동의를 하고 결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재정 문제는 썸낭 전도사가 직접 말하지 못하니까 재정을 담당하는 두분이 다음 주일 예배를 마친 후 온 교회 앞에 발표를 하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썸낭 전도사만 따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너 생각에 앞으로 몇년이면 내 도움없이 교회를 자립 시킬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썸낭 전도사가 아직 그것까지는 모르겠다고 대답을 합니다. 그러면서 목사님께서 앞으로 몇년 더 도와주실 것이냐고 물어서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무한정 도와주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썸낭 전도사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목사님, 예전에는 제가 목사님이 캄보디아를 떠나지 말고 오래오래 살면서 나를 끝까지 도와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교회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조금씩 목사님이 나를 영원히 도와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도 목사님이 자립하라고 한번 말씀하셨는데 그때부터 이미 마음에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구체적으로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교회에 필요한 재정을 목사님에게 말씀 드리지 않고 교회 성도들이 스스로 헌금해서 준비하도록 가르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목사님, 언젠가는 목사님의 도움없이 교회가 자립하더라도 관계를 완전히 끊지는 마시고 나중에 연세가 많이들면 우리교회로 오셔서 사십시오라고 말을했습니다.

 

썸낭의 이 말을 듣고 제 마음 속에 감사가 우러나왔습니다. 시골에서 막 올라와서 촌티가 팍팍나던 더벅머리 총각이 이젠 한 교회의 사역자가 되어 스스로 교회를 자립시켜 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사역하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사실 썸낭에게 앞으로 5년은 내가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년부터 제가 주는 생활비를 조금씩 줄이고 교회에서 생활비를 받게하며 점차 자립의 길을 가게 하려고 합니다. 그게 5년이 될지 아니면 10년이 될지 아니면 2-3년이면 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캄보디아의 교회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손으로 바르게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