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10 13:03

일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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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역을 시작할 때 교회 주변은 지금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프놈펜의 쓰레기들이 매립되는 지역으로 빈민가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쓰레기 매립장도 매립을 중단하여 이전했고 중산층 서민들이 사는 동네로 탈바꿈을 했습니다.

 

사역을 처음 시작했을 때 교회에 예배 드리기 위해 모인 아이들의 많은 수가 정규학교를 다니지 못하거나 아예 학교를 가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이 아이들을 도울까 생각을 하다가 적은 금액이지만 장학금을 주었습니다. 부모들을 찾아가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교회에서 장학금을 주겠다고 설득하였고 부모들은 쉽게 동의를 했습니다. 교회에서 장학금을 받는 아이들을 매일 저녁 교회에 불러서 영어와 성경을 가르쳤습니다. 교회로부터 장학금을 받기 때문에 부모들도 아이들이 교회에 나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고 아이들은 교회에 잘 정착해서 이젠 교회의 일꾼과 기둥이 되어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 하나씩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그 이후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없습니다. 가난한 부모는 일년에 백만원 가까이 하는 대학 교육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고 저도 많은 아이들에게 학비를 후원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게 하자는 생각이 들어 청소년들을 전부 불러 모았습니다.

 

종종 묻는 질문이지만 아이들에게 너희들의 꿈이 무엇이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교사가 되겠다고 그러고 어떤 아이는 의사가 되겠다고 그럽니다. 다들 꿈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또 물었습니다. 그럼 대학을 가야하는데 대학 학비는 누가내어주냐. 아이들이 다 입을 다물었습니다. 부모님들이 너희들 대학 학비를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이 고개를 흔듭니다. 나도 너희들에게 고등학교까지는 장학금을 줄 수 있지만 대학가면 도울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이 준비해라. 매일 학교갈 때 엄마가 몇 백원씩 주는 용돈을 과자 사먹지 말고 저금해라. 하루에 몇백원이지만 일년 이년 모으면 너희들이 대학 갈 때 쯤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은행에 너희들이 몇 백원 들고가면 받지 않으니까 먼저 나에게 저금을 하면 내가 모았다가 20불이 되면 은행에 너희들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서 입금해 주겠다. 단, 통장은 너희들이 대학 갈때까지 내가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말을 듣고 10여명이 어떤 날은 10원, 어떤 날은 100원, 돈이 좀 있는 날은 1000원까지 매일 저금을 합니다. 열심히 모은 아이들은 20불이 되면 바나바 전도사가 은행에 데리고 가서 직접 통장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자기 이름으로 된 저금 통장을 보더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먼저 통장을 만든 친구들을 보며 도전을 받아 열심히 저축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미래도 밝아지고 아이들의 얼굴도 밝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제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은 아이들이 100불을 모으면 후원자를 찾아서 100불을 후원받아 200불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아이들도 격려하는 방법이 되고 자기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도 가르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오늘도 교회가면 아이들에게 손을 벌릴 것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주머니에 꼬깃꼬깃 꿍쳐둔 100 리엘, 500리엘 지폐를 저에게 건네 줍니다. 그러고는 돌아서서 자기들끼리 키득키득 웃으며 캄보디아 말로 “띠어 로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말로 가장 적당한 단어는 “일수꾼”이라는 뜻입니다. 졸지에 일수꾼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전당잡는 행복한 일수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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