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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관광청에서 캄보디아를 소개할 때 “불가사이한 왕국 (Kingdom of wonder)”이라고 소개를 합니다. 천년의 비밀스럽고 놀라운 역사를 간직한 나라를 적절히 표현한 것입니다. 특히 앙코르 왓을 처음 보는 이들은 불가사이한 왕국이라는 표현에 공감을 할 것입니다.

 

천 여년의 역사와 문화 유산이 놀라운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도 캄보디아는 그야말로 불가사이한 왕국입니다. 양파와 같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우물같다고 해야할까 참으로 알면 알수록 모르는 나라입니다.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8일까지 한국에서 청년들 8명이 큰빛교회를 방문해서 여름성경학교를 했습니다. 보통 한국의 단기팀들이 방문하여 성경학교를 진행하면 청소년 교사들은 학교를 결석하며 성경학교에 교사로 봉사합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학교를 결석하는 것이 이해가 안되었지만 이젠 캄보디아 학교의 현실이 어떤지 어느 정도 이해를 하기 때문에 학교를 결석하는 정도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일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성경학교 기간이 기말고사 기간과 겹쳐서 상당수의 청소년 교사들이 기말 시험 때문에 학교를 결석할 수 없어 교사로 봉사하는데 지장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성경학교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속에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오전에 시험 치는 청소년들은 오후 성경 학교에서 봉사하고 오후에 시험치는 청소년들은 오전에 봉사하며 큰 어려움 없이 성경학교를 잘 마쳤습니다. 그런데 참 놀라운 이야기들을 아이들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알지 못했거나 알았지만 좀 더 심도(?) 깊은 학교의 현실을 아이들로부터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인 한 녀석이 학교를 오전 오후 다 안가고 하루종일 교회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너는 시험을 안치냐고 물었더니 시험을 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럼 학교가서 시험 쳐야지 왜 하루종일 교회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시험 안쳐도 된다고 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다 시험을 치는데 왜 너는 안쳐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에게 돈을 주었기 때문에 시험 안쳐도 점수가 다 나온다고 합니다.

 

이건 또 새롭고 신비스런 정보였습니다. 시험에 낙제한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돈을 주고 점수를 사서 진급하는 경우는 많이 들었지만 처음부터 시험도 치지 않고 합격한다는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세히 물었더니 학교에서 시험을 칠 때 과목당 일정한 금액을 선생님에게 주면 시험을 안쳐도 점수를 주고 합격을 시켜 준다고 합니다. 너희 학교, 너희 선생님만 그러냐고 했더니 다른 학교, 다른 선생님도 다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허허허 헛웃음만 나옵니다.

 

또 다른 녀석 이야기입니다. 오전에 시험치고 오후에 교사로 봉사하기 위해 왔길래 시험 잘 쳤는냐고 물었더니 "컨닝"하지 않고 시험 쳤다고 대답을 합니다, 그래서 잘했다고 격려를 하려했는데 또 놀라운 이야기를 합니다. 자기는 핸드폰을 보고 시험을 쳤다고 합니다. 아니 그게 컨닝이지….

 

학교에서 시험을 칠 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소위 말하는 컨닝 페이퍼를 들고가서 시험을 칩니다. 컨닝 페이퍼라는 것이 보통은 학교 선생님이 만들어준 시험 예상 문제지입니다.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돈을 내고 공식적으로 컨닝 페이퍼를 사는 셈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다 그렇게 하기 때문에 아무런 죄의식 없이 부정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그건 정직하지 못한 행위라고 아무리 가르쳐도 아이들이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안그러면 시험에 낙제한다고 당당하게 대답합니다. 심지어 교회에서 성경고사를 칠때도 부정행위를 당연한 듯이 옆 아이 답을 보고 적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종 기법인 핸드폰이 등장을 했습니다. 핸드폰에 시험 예상 문제지를 사진으로 찍어서 저장해두고 시험 시간에 그걸 보며 시험을 치는 것입니다. 시험 칠 때 전화기 보면 선생님이 그냥 두냐고 물었더니 돈 주면 괜찮아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잠시 후 더 놀라운 말이 입에서 나옵니다. 시험을 치기 전에 미리 선생님에게 일정한 금액의 돈을 주면 선생님은 돈을 받은 아이가 책을 봐도, 옆 아이를 봐도, 스마트 폰을 봐도 눈 감아준다고 합니다.

 

시험 기간이라서 아이들과 학교 시험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져 나옵니다. 좋은 학교의 기준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돈을 적게 받는 학교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돈을 적게 받는 학교는 선생님들이 수업을 비교적 성실하게 하는 학교이고 돈을 많이 받는 학교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공부 안하는 학교라는 소문이 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떠들면 선생님이 시끄럽다고 수업을 안합니다.  아이들이 결석해서 빈자리가 많으면 결석한다고 수업을 안합니다. 선생님이 개인적인 일이 있으면 수시로 수업을 빼먹습니다. 이런 저런 핑계로 교사들이 수업을 빼먹으니 시험때가 되면 시험을 칠수가 없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가르친게 없으니 시험 칠게 없고 학생들은 배운 것이 없으니 시험칠게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험 때가되면 선생님은 예상 시험지를 돈받고 아이들에게 팔고 아이들은 돈 주고 산 그 시험지 조차도 공부하지 않습니다. 돈을 내는 아이들은 당당하게 시험 시간에 펴 두거나 핸드폰에 찍어서 보며 시험을 치고, 돈을 안낸 아이들은 선생님의 눈을 피해 그렇게 한답니다.

 

그래서 공부를 좀 열심히 하고 싶은 아이들은 공부를 잘 가르친다고 소문난 학교로 전학을 가고 싶어합니다. 전학 조차도 선생님에게 돈을 내면 가고싶은 학교로 마음대로 바꿀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12(고3)학년이 되는 한 녀석은 공부를 잘 가르친다는 학교로 전학 가기위해 오랫동안 돈을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곧 전학 비용이 다 준비되면 좀 더 좋은 학교로 전학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무너진 공교육. 불가사이한 교육 현실. 단순히 교사들의 무능, 부패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라는 것을 국가도 교사도 모르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래를 논하기에 너무나 무거운 현실의 짐이 청소년들과 나라의 미래를 좀 먹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20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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