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4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대통령이 어떤 간담회 자리에서 연설하며 사용한 단어의 빈도를 조사한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다. 대통령이 연설 중에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가그런”, “이런”, “그래서”, “그렇게”, “이렇게라는 단어들이란다. 대통령의 연설은 곧 국가의 공식적 견해가 되기 때문에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 신중에 신중을 더해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 대통령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쓴 문장을 읽으면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는 문장들이 많다.

 

 

대통령의 이런 연설이충분히이해된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십 년이 훨씬 지난 옛날이야기다. 캄보디아에 온 지 2~3 정도 되었을 때, 캄보디아 교회에서 캄보디아 사람들을 대상으로 캄보디아 말로 설교를 하게 되었다. 고작 2 정도 배운 캄보디아말로 설교한다는 것이 얼마나 용감한 일인지 모른다.

 

 

어느 주일 날, 마침 한국에서 목사님이 오셔서 예배를 같이 드렸다. 예배를 마친 목사님께서 이렇게 물었다.

 

 

목사님, “도이치네라는 단어가 무슨 뜻입니까? 설교 제일 많이 나오던데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지겨운 설교를 들으면서 가장 많이 들려 인상적이었는가보다. 목사의 설교에서 가장 많이 등장해야 할 단어가 무엇일까? 사랑, 은혜, 십자가, 구원, 예수님, 하나님 등등을 상상하였는가? 그런 뜻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게도 도이치네라는 단어는그래서혹은그런데정도에 해당하는 캄보디아 말이다. 문장과 문장을 연결할 사용하거나 인과관계를 설명할 사용하는 단어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설교하는 것은 아주 스트레스 가운데 하나이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모국어의 화려한 수사를 짧은 외국어로 바꾸는 것이 쉽지 않고, 다르고 다른 어감을 전달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러다 보니 횡설수설이 다반사이고 나도 모르게도이치네”라는 의미도 없는 단어들을 남발하게 되었다. 그때의 설교는 아마도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유아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단어 몇 개를 앞뒤 순서도 없이 뒤섞어 말하는 정도였으리라. 듣는 청중들은 아마 번역기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집중해서 듣고 의미를 재해석해야만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문장의 뜻을 희미하게나마 알아들을 있었을 것이다.

 

 

요즘도 가끔 교회 아이들과 말을 때, 내가 엉뚱한 말을 하면 그중에 눈치 빠른 놈이 옆에서 번역기처럼나의 캄보디아 말”을자기들의 캄보디아 말”로 통역해 주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때로는 배꼽이 빠지는 있다.

 

 

얼마나 웃기는 상황인가! 캄보디아 말을 하는데 캄보디아 사람들이 이해를 못 하고 번역기가 필요하다니…. 박근혜 번역기가 그래서 필요한가보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가 대통령보다 나은 부분이 있다. 대통령은 한국 사람이 한국어를 하는데도 번역기가 필요하지만, 나는 외국어를 말하는데 번역기가 필요했던 상황이니 말이다

 

 

단언컨대 내가 하는 한국어는 번역기가 필요 없다. 유치원을 졸업한 이후부터는….

 

(2016.04.30)



  1. 돈으로 사람을 망치는 법

    어제 아침(2019년 12월 20일)에 운전해서 이동 중에 전화가 왔습니다. 쁘로까 교회 썸낭 목사입니다. 예전에 교회를 잘 나오다가 요즘 안나오는 “싸라”라는 아이를 기억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물론 기억한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 아이가 어제 늦은 밤에 고통 ...
    Date2019.12.21 By로꾸루톰 Views409
    Read More
  2. 3년만에 쁘로까 교회를 다녀왔습니다.

    오래 전에 카나다에서 온 전모라는집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캄보디아에 교회를 세우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마침 썸낭 전도사가 교회 개척을 할 때가 되어서 전집사의 도움을 받아 쁘로까 지역에 땅을 구입하고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그 후로 수년...
    Date2019.12.21 By로꾸루톰 Views253
    Read More
  3. 목사님, 오늘은 제가 개가 되고 싶어요....

    장로님 한 분과 집사님 한 분이 먼 나라에서 캄보디아를 잠시 방문하며 저희 교회를 들리셨습니다. 언롱꽁 교회를 방문하여 교회 사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교회에서 키우는 개를 보았습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집에서 개를 많이 키웁니다. 한국처럼 애...
    Date2016.11.12 By로꾸루톰 Views754
    Read More
  4. No Image

    번역기가 필요하세요?

    대통령이 어떤 간담회 자리에서 연설하며 사용한 단어의 빈도를 조사한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다. 대통령이 연설 중에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가 “그런”, “이런”, “그래서”, “그렇게”, “이렇게”라는 단어들이란다. 대통령의 연설은 곧 국가의 공식적 견해가 되기...
    Date2016.04.30 By로꾸루톰 Views1461
    Read More
  5. 불가사이한 왕국(Kingdom of Wonder)

    캄보디아 관광청에서 캄보디아를 소개할 때 “불가사이한 왕국 (Kingdom of wonder)”이라고 소개를 합니다. 천년의 비밀스럽고 놀라운 역사를 간직한 나라를 적절히 표현한 것입니다. 특히 앙코르 왓을 처음 보는 이들은 불가사이한 왕국이라는 표현에 공감을 ...
    Date2014.07.11 By로꾸루톰 Views1268
    Read More
  6. No Image

    일수꾼

    처음 사역을 시작할 때 교회 주변은 지금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프놈펜의 쓰레기들이 매립되는 지역으로 빈민가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쓰레기 매립장도 매립을 중단하여 이전했고 중산층 서민들이 사는 동네로 탈바꿈을 했습니다. 사역을 처...
    Date2014.05.10 By로꾸루톰 Views1845
    Read More
  7. No Image

    DREAM

    며칠전 썸낭 전도사 부부와 점심을 먹으며 농담 반 진담 반, 교회의 자립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이 나온 김에 자립에 대해 좀 더 분명하게 밝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오늘 쁘로까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를 마칠...
    Date2013.12.08 By로꾸루톰 Views977
    Read More
  8. 베리칩과 666

    최근들어 인체에 삽입하는 “베리칩”과 관련한 말들이 많은가 봅니다. 미국과 카나다 등을 시작으로 이미 인체에 이식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와함께 베리칩이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짐승의 숫자 “666”이라고 주장하며 그리스도인은 베리칩의 인체 이식을 거...
    Date2012.11.04 By로꾸루톰 Views2008
    Read More
  9. 만우절 아침에....

    만우절 아침, 시시한 농담이나 가벼운 거짓말을 우스개로 넘길 수 있는 여유로운 아침이었습니다. 사실 그날 아침이 만우절인지도 몰랐습니다. 점심을 어디서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하다가 아직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시내에 볼일도 있고 해서 차...
    Date2011.04.15 By로꾸루톰 Views1837
    Read More
  10. No Image

    성경 암송대회를 앞두고

    제가 초등학교와 중고등부를 다닐 때 교회에서는 성경 암송대회, 성경 고사 대회가 참 많았습니다. 교회별로 성경 암송과 고사 대회를 치러서 노회 주최의 대회에 나가면 노회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또 전국 대회에 나가는 영광까지 누렸습니다. 저는 성경 ...
    Date2011.03.11 By로꾸루톰 Views265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