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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한 남자가 아내와 같이 살고 있었습니다. 둘 사이에 아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내에게는 불륜을 저지르는 애인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집을 비우면 애인을 집으로 불러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숲으로 들어가 감자를 캐고 있는데 날씨가 너무 뜨거워 잠시 쉬려고 근처에 있던 작은 서낭당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아내가 서낭당으로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무슨 기도를 하려고 오는지 이상해서 몸을 숨기고 보았습니다.


아내는 향에 불을 피우고 이렇게 기도를 했습니다. 


“신령님, 신령님, 저는 지금 남편이 너무 싫습니다. 새로운 남편과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남편이 죽도록 해주신다면 돼지 한 마리를 제물로 바치겠습니다.”


그 기도를 들은 남편은 산신령처럼 대답하였습니다. 


“네가 다른 애인이 있어서 지금 남편이 죽기를 바란다면 그건 아주 쉬운 일이다. 지금 당장 가서 알을 품고 있는 암탉을 알과 함께 푹 삶아서 남편에게 주면 남편을 곧 죽을 것이다.”


신령의 대답을 들은 아내는 기쁜 나머지 서둘러 집으로 가서 알을 품고 있는 암탉과 알을 함께 삶아서 남편에게 주기 위해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남편이 집으로 와서 배가 고프니 밥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아내는 오늘 알을 품고 있는 암탉을 알과 함께 푹 삶았으니 많이 드시라며 주었습니다. 남편은 다 먹고 나서 마치 아픈 듯이 끙끙 소리를 내며 침실로 가서 누웠습니다.


그 모습을 본 아내는 산신령의 말이 정말이라고 확신하고 너무 기뻤습니다. 그리고 이전 곧 남편이 죽는다 생각하고 애인을 불러 같이 침실에 들었습니다. 잠시 후에  갑자기 남편이 벌떡 일어나더니 “아이고 너무 추워 죽겠네”라고 말을 했습니다. 깜짝 놀란 불륜남은 다른 곳으로 몸을 숨길 수 없어서 침실에 있던 큰 항아리 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다시 잠들면 나와서 애인과 다시 시간을 보내려고 했습니다. 남편은 애인이 항아리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지만 못 본 척하며 “목욕할 수 있도록 물을 좀 끓여와. 내가 죽더라도 목욕은 하고 죽어야지”라고 말을 했습니다.


아내는 펄펄 끓는 목욕물을 한 통 가지고 침실로 돌아왔습니다. 남편이 다시 찬물을 섞어야 목욕을 할 수 있으니 찬물도 한 통 들고 오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우물에서 찬물을 길러 오려고 침실을 나갔습니다. 그때 남편은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불륜남이 숨어있는 항아리에 쏟아 부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다시 침대로 가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누워 있었습니다.

찬물을 길러온 아내는 항아리 위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애인을 보고는 아직 남편이 안 자고 있으니 머리를 숙이라고 했지만 아무 대답이 없어서 가까이 가 보았더니 뜨거운 물에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아내는 그래도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찬물을 남편에게 갖다주었는데 남편은 아픈 것이 덜해서 목욕할 필요가 없다며 아내에게 잠자리에 들자고 했습니다.


아침이 되자 아내는 죽은 애인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요즘 우리 동네에 도둑 4명이 밤마다 돌아다니며 귀중품을 훔쳐 간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 도둑 4명을 이용해서 시신을 마을 밖 멀리 버리면 되겠다.’ 그리고 이웃집 부자 친구에게 가서 비싼 옷을 몇 벌 빌려서 자기 집 마당 빨랫줄에 종일 걸어 두었다가 저녁에 주인에게 다시 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집안에 시신이 들어 있는 큰 항아리의 입구를 줄로 튼튼하게 묶어서 풀지 못하도록 해두었습니다. 동네를 돌아다니던 4명의 도둑은 비싼 옷이 걸려있는 집을 보고 말하기를 “이 집은 가난해서 훔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한 번도 안 갔는데 걸려있는 옷을 보니 돈이 많은 집인가 보다. 오늘 밤에는 이 집을 털자”라고 했습니다.


그날 밤 4명의 도둑이 들어와 여기저기를 뒤지다가 값진 것을 아무것도 못 찾았는데 유독 큰 항아리 하나가 줄로 묶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풀어보려고 했지만, 워낙 튼튼하게 묶어서 풀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모든 귀중품을 여기 넣어서 보관해둔 것이라 여기고 4명의 도둑은 그 항아리를 훔쳐서 떠나갔습니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숲에 도착한 도둑은 항아리에 뭐가 들었는지 한 명이 손을 넣어 휘저어 보다가 머리카락을 만지고는 아주 비싼 비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다른 도둑이 손을 넣어 만졌는데 시신의 얼굴을 만지고는 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화가 난 도둑 4명은 자신들을 속인 여인에게 복수하려고 결심하고 “우리가 매일 이 여자가 무얼 하는지 관찰하다가 혼자 있을 때 납치해서 다시는 우리를 속이지 못하도록 죽을 만큼 때리자”라고 했습니다.


어느 날 여인이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마을 밖으로 나와서 강을 건널 나룻배를 타기 위해 혼자 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 도둑 4명이 그 여인을 납치해서 자기들을 속인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때리려고 했습니다. 그때 여인은 말하기를 “나를 때려도 당신들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지금 강가 큰 배가 들어왔는데 그 선주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가는 길인데 같이 가서 돈을 받으면 그것 줄 테니 같이 가도록 해요.” 도둑 4명은 때려서 복수하는 것보다 돈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따라나섰습니다.


강가에 이르러 여인은 4명의 도둑에게 여기서 잠시 기다리면 내가 가서 선주를 만나고 돈을 받으면 그때 당신들을 부를 테니 와서 돈을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여인은 강가의 배로 갔습니다. 선주를 만난 여인은 선주에게 나에게 4명의 종이 있는데 모두 팔고 싶다고 했습니다. 마침 배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던 선주는 멀리 강둑에 서 있는 4명의 남자를 보고 모두 사겠다고 말하고 가격 협상을 했습니다. 여인은 한 명당 2 나엔(돈단위)을 달라고 했고 선주는 1.5 나엔으로 협상하고 모두 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여인이 당부하기를 그들이 배로 오면 반드시 묶어서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고 일을 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거래가 끝나자 여인은 도둑들에게 손짓해서 오라고 했습니다. 4명의 도둑은 돈을 받기 위해 배로 올라오자 선주가 다른 선원들에게 4명을 모두 잡아서 줄로 묶으라고 했습니다. 도둑을 팔고 돈까지 받은 여인은 집으로 돌아가는데 날이 어두워 더 갈 수가 없어 길가에 있던 큰 나무 위로 올라가 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여인에게 두 번이나 속은 도둑은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이 여자 보통 똑똑한 여자가 아니야. 우리를 속여서 시신을 버리게 하더니 돈 받고 팔아 버리기까지 하네.” 밤에 도둑 네 명은 자신들을 묶은 끈을 끊고 배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리고 멀리 도망을 가다가 잠을 자기 위해 여인이 잠자고 있는 그 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3명의 도둑은 각각 다른 가지에 올라가 잠을 자는데 4번째 도둑은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서 자려다가 잠자는 여인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여인을 붙잡고는 “넌 이제 여기서 죽었어. 우리를 두 번이나 속였지. 이젠 도망갈 곳도 없어. 어디 한번 도망가려면 가봐”라고 했습니다.


그때 여인은 돈주머니를 보이며 조용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쉿 조용히 해. 다른 3명이 알면 안 돼. 여기에 돈이 있으니 우리 결혼해서 남편과 아내가 되고 이 돈으로 장사해서 잘 살면 안될까?”


그 말을 들은 도둑은 여인 가까이 다가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 세상에 이렇게 똑똑한 여자가 있다니. 너가 나를 두 번이 속였지만, 우리가 부부가 되는 것은 운명이야.” 그리고는 여인을 끌어 안았습니다. 그때 여인은 “나는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당신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요”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도둑은 자신의 사랑이 진실이라는 것을 맹세든 뭐든 당신이 원하는 것으로 증명해 보이겠다고 했습니다.


여인은 그러면 당신과 깊은 입맞춤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같이 키스를 하였습니다. 그때 여인이 그 남자의 혀를 깨물어 끊어버리고 나무 위에서 밀쳐 땅으로 떨어지게 했습니다. 혀가 없어진 남자는 큰 고통에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나뭇가지에서 자던 3명의 도둑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선주가 자신들을 잡으러 온줄 알고 급하게 나무에서 뛰어내려 도망가면서 아직도 나무에 남아있다고 생각한 한 명에게 선주가 우리를 잡으러 왔으니 빨리 도망가라고 외치고 살기 위해 멀리 도망가 버렸습니다. 혀가 없어진 남은 도둑은 선주가 잡으러 온 것이 아니고 우리를 속인 여자가 나무 위에 있다고 외치고 싶었지만, 소리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도둑들이 다 사라지자 여인은 나무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도둑을 판 돈으로 밑천으로 남편과 장사하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