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장애인마라톤 1위 캄보디아 출신 산 마오
그 순간 산 마오(35·사진)는 다리에 총을 맞은 것으로 생각했다. 거의 20년 전 캄보디아 크메르 루즈 군인들이 그에게 탄약을 운반하라고 했던 날이었다. 그러나 당시 17세였던 마오는 숲 속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오른쪽 다리 아래 부분이 완전히 없어져 버렸다. 캄보디아 전역에 매설돼 있는 수백만 개 지뢰 가운데 하나가 그의 다리를 삼켜버린 것이다.
다리를 잃은 후 마오는 생계를 이어가던 농장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그를 장애인이라고 멸시했다. 아무도 그에게 일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6일 그는 마침내 좌절감을 떨쳐냈다. 앙코르와트 유적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마오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앙코르와트 국제하프마라톤의 한 부분인 10㎞ 장애인 마라톤 시상식 단상 제일 높은 곳에 서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사회적으로 가장 과소평가됐던 인물이 국가적인 영웅으로 주목받는 순간이었다.
운동을 하며 재기에 성공한 마오는 프놈펜에서 자전거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다. 결혼도 해서 일곱 살 된 딸도 있다. 그는 전 세계 각 분야에서 경쟁하는 3500명 장애 운동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캄보디아는 마오처럼 지뢰 폭발사고로 인한 희생자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지난해에만 47명이 지뢰 사고로 숨졌고 222명이 다쳤다. 1979년 이후 1만9476명이 사망하고 4만3926명이 부상했다. 희생자는 대부분 평범한 농부들이었다.
13년 전 시작된 이 마라톤대회는 캄보디아에 매설돼 있는 지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마련됐다. 대회 규모는 해마다 커져 올해는 아르헨티나 핀란드 러시아 등에서 온 외국인 1780명, 캄보디아인 1700명이 참가했다. 마오는 경쟁자인 일본 말레이시아 베트남 선수 등을 이기고 1위에 올랐다. 의족을 착용한 강도 높은 훈련은 견디기 힘든 육체적인 고통이 뒤따랐지만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극복되지 않은 것은 바로 가난이었다.
그는 “적당한 인공보철만 있다면 지금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오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이 대회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는 인공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수상권에서 멀어졌다.
캄보디아에서 장애선수로는 가장 잘 달렸지만, 인공보철을 수리하거나 새로 살 여유가 없었다. 올해도 갖고 있는 인공 다리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역경 끝에 올해 1위를 탈환한 마오는 “상을 타서 매우 행복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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