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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정부가 이달 초 자국인과 한국인의 국제결혼을 당분간 금지했다고 한다.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캄보디아 정부가 잠정적으로 국제결혼 신청서 접수를 중단한다고 알려왔다"고 공지했다. 과거에도 몇 차례 물의를 빚었던 인신매매에 가까운 한국인의 신붓감 구하기 행태 때문이라고 한다. 캄보디아 정부는 다른 나라들은 언급하지 않고 오직 한국에만 이 조치를 취했다. 부끄럽고, 망신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웃 아시아 여성의 인권을 이런 식으로 유린한다면 우리가 외치는 국격은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작년 9월 국제결혼 중개업자가 캄보디아 여성 25명을 모아 한국인 1명에게 맞선을 보인 게 당국에 적발돼 현지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전하고 있다. 여성이 상품도 아닌 데 25명을 쭉 모아놓고 맘에 드는 여성을 한 명 골라뽑는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가. 캄보디아인보다 조금 더 잘 산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인권조차 무시하는 비인간적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캄보디아 정부는 2008년 3월에도 한국인과 결혼한 자국 여성들이 인권유린을 당한다는 사례 보고가 잇따르자 국제결혼 중개업을 금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다수의 캄보디아 여성을 차례로 만나 신붓감을 고르는 집단 맞선은 불법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결혼중개업자가 주선하는 집단 맞선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월소득 증명서 등 결혼 관련 구비 서류는 가짜가 판치며, 한국 남성은 당국의 서류 심사가 끝나기도 전에 결혼식을 올리고 서둘러 귀국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전체 국제결혼 가운데 약 60%는 한국인과 관련됐고, 대부분 결혼 중개업자를 통해 이뤄진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결혼 중개업자들의 불법 행태가 캄보디아뿐 아니라 베트남, 몽골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성행하며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증오심을 유발하고, 나라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것이다. 최근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국내 여성들이 늘면서 아시아 여성과의 국제결혼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인신매매처럼 신부를 사고 파는 결혼 중개업자의 악덕 상혼, 국제결혼한 이주여성의 가정내 폭력 피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자녀 문제 등 국제결혼과 관련된 법과 제도는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문제가 터지면 일회성 대증요법으로 처방하고 끝나는 감이 없지 않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자부심을 갖기 전에 외국 여성의 인권 문제에서도 우리가 세계 20개국 안에 드는지 반성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