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이 사는 동네 이름이 "뚤떰붕"입니다. 집 임대료가 저렴한 편이라서 경제적인(?)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사시는 다른 선교사님의 댁을 방문했었는데 저희 집보다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임대료는 두 배가 넘었습니다. 그 집을 보며 우리가 좋은 집에서 저렴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요 며칠 동안은 우리 동네 집값이 쌀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비가 오면 동네 도로가 물에 잠겨 버립니다. 프놈펜 시내 한가운데도 배수 시설이 좋지 못하여 한바탕 폭우가 쏟아지면 물에 잠기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동네는 배수 시설이 안 좋을 뿐만 아니라 지대까지 낮아서 요즘 같은 우기에 폭우가 쏟아지면 주변의 모든 물이 낮은 곳으로 모여 감당 할 수가 없습니다. 한번은 물에 잠긴 도로를 지나다가 모또의 바퀴 절반이 물에 잠기고 시동이 꺼지는 바람에 T.V에 나오는 수재민처럼 물속을 헤집고 나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우리 동네 이름을 아예 "물텀벙"이라고 새로 지었습니다.

요즘 프놈펜 날씨는 점점 더워지는 중입니다. 여름 내내 아주 시원한 날씨에 지내기가 참 좋았는데, 갑자기 비가 오는 날이 적어지고 뜨거워졌습니다. 우기가 끝나려면 아직 두어 달이 남았지만 벌써 준비하라고 알려 주는가 봅니다.

지난 8월에는 언어공부를 위해 형제 한명을 만났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다른 분들은 가르치는 선생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얘기를 하는데 저희들은 아직까지 언어선생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별로 고민하지 않고 그 형제와 함께 공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아침 7시 30분부터 1시간 30분간은 쏘킴 자매가 가르치고, 오전 10시부터 1시간 30분은 이 형제가 가르치기로 시간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시작한 지 3일 만에 형제에게 공부를 중단하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수업에 대한 열의도 없고 준비도 없이 올 뿐 아니라, 수업 시간 도중에 저희들이 책을 읽으면 듣다가 졸기까지 하였습니다. 할 수 없이 중단하고 새로운 언어 교사를 찾기로 했습니다. 며칠 전에 한 선교사님의 소개로 자매 한명을 만났고 9월 5일부터 새롭게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어떻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열심히 설명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입니다.

사역 도중에 캄보디아 동역자들과 여러 가지 마찰로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무슨 일이든 함께하는 동역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특히 외국인의 신분으로 좋은 현지 동역자들을 만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사역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사역을 위해 좋은 동역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캄보디아 형제들은 선교사역의 도구가 아니라 그들이 바로 사역의 목적이기에, 그들이 선교사의 눈높이에 이르지 못한다고 탓하기 전에 선교사의 눈높이를 그들에게 맞추는 연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은 개학하여 한 학년씩 진급을 하였습니다. 현섭이는 이제 8학년(한국의 중학교 2학년)이고 현찬이는 6학년(한국의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습니다. 방학 동안에 한국 학생들이 많이 등록하여 학생 수가 많아졌습니다. 캄보디아의 교육 수준이 전반적으로 좋지 못하지만 특히 높은 학년이 될수록 적절한 교육을 받기가 힘들어집니다. 영적인 면이나 육적인 면에서 균형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호산나센터는 아직 방학 중입니다. 다음 학기에도 계속 호산나센터에서 영어를 가르칠 것인지, 아니면 이제 사역 준비를 위해 중단해야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더 고민하고 생각하여 결정할 생각입니다.

캄보디아에는 없는 한국의 아름다운 가을 하늘이 그리워지는 가을입니다. 풍성한 결실의 계절에 모든 동역자들의 사역과 삶의 터전 위에 하나님의 풍성하심이 항상 함께 하기를 기도하며 선교지의 소식을 전합니다.

2005년 9월 5일

프놈펜에서 김성길, 정심영, 현섭, 현찬 선교사 가족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