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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어떤 간담회 자리에서 연설하며 사용한 단어의 빈도를 조사한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다. 대통령이 연설 중에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가그런”, “이런”, “그래서”, “그렇게”, “이렇게라는 단어들이란다. 대통령의 연설은 곧 국가의 공식적 견해가 되기 때문에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 신중에 신중을 더해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 대통령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쓴 문장을 읽으면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는 문장들이 많다.

 

 

대통령의 이런 연설이충분히이해된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십 년이 훨씬 지난 옛날이야기다. 캄보디아에 온 지 2~3 정도 되었을 때, 캄보디아 교회에서 캄보디아 사람들을 대상으로 캄보디아 말로 설교를 하게 되었다. 고작 2 정도 배운 캄보디아말로 설교한다는 것이 얼마나 용감한 일인지 모른다.

 

 

어느 주일 날, 마침 한국에서 목사님이 오셔서 예배를 같이 드렸다. 예배를 마친 목사님께서 이렇게 물었다.

 

 

목사님, “도이치네라는 단어가 무슨 뜻입니까? 설교 제일 많이 나오던데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지겨운 설교를 들으면서 가장 많이 들려 인상적이었는가보다. 목사의 설교에서 가장 많이 등장해야 할 단어가 무엇일까? 사랑, 은혜, 십자가, 구원, 예수님, 하나님 등등을 상상하였는가? 그런 뜻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게도 도이치네라는 단어는그래서혹은그런데정도에 해당하는 캄보디아 말이다. 문장과 문장을 연결할 사용하거나 인과관계를 설명할 사용하는 단어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설교하는 것은 아주 스트레스 가운데 하나이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모국어의 화려한 수사를 짧은 외국어로 바꾸는 것이 쉽지 않고, 다르고 다른 어감을 전달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러다 보니 횡설수설이 다반사이고 나도 모르게도이치네”라는 의미도 없는 단어들을 남발하게 되었다. 그때의 설교는 아마도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유아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단어 몇 개를 앞뒤 순서도 없이 뒤섞어 말하는 정도였으리라. 듣는 청중들은 아마 번역기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집중해서 듣고 의미를 재해석해야만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문장의 뜻을 희미하게나마 알아들을 있었을 것이다.

 

 

요즘도 가끔 교회 아이들과 말을 때, 내가 엉뚱한 말을 하면 그중에 눈치 빠른 놈이 옆에서 번역기처럼나의 캄보디아 말”을자기들의 캄보디아 말”로 통역해 주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때로는 배꼽이 빠지는 있다.

 

 

얼마나 웃기는 상황인가! 캄보디아 말을 하는데 캄보디아 사람들이 이해를 못 하고 번역기가 필요하다니…. 박근혜 번역기가 그래서 필요한가보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가 대통령보다 나은 부분이 있다. 대통령은 한국 사람이 한국어를 하는데도 번역기가 필요하지만, 나는 외국어를 말하는데 번역기가 필요했던 상황이니 말이다

 

 

단언컨대 내가 하는 한국어는 번역기가 필요 없다. 유치원을 졸업한 이후부터는….

 

(201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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