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26 21:13

고마운 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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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저의 "웬수"가 한분 있습니다. 나이도 저와 동갑이고 캄보디아 입국도 1개월 정도 차이나는 목사님입니다. 얼마나 "웬수"같은 짓만 골라서 하는지, 하루는 집에 초인종이 갑자기 수 십 번이 급하게 울렸습니다. 깜짝 놀라서 나갔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조금 있더니 전화가 왔습니다. "조금 전에 그거 누가 그랬을까?" 이러는 것입니다.

제가 당하고만 있지 않습니다. 저는 성경 말씀대로 사는 목사인지라, 성경 말씀대로 "이에는 이"입니다. 며칠 뒤에 목사님 집에 가서 초인종을 수 십 번을 누르고 목사님이 나오기 전에 차를 몰고 빨리 도망쳐 왔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했습니다. "조금 전에 그거 누가 그랬을까~~?"

심심하면 저에게 전화를 합니다. 별일도 없는데 전화를 해서 왜 전화를 했느냐고 물으면 "김목사님이 '성질'이 나빠서 친구가 없으니 나라도 친구해야지!"라고 합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프놈펜에서 200Km 쯤 떨어진 시골 길에서 교통사고가 났다고 저에게 전화가 온 것입니다. 차를 가지고 데리로 오라는 것입니다. 사고는 크게 났는데 다행히 몸은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깜짝 놀라서 급하게 차를 가지고 왕복 400Km의 먼 길을 다녀오게 만든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웬수"입니다. 웬수도 그런 웬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그 웬수같은 목사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오전 8시 30분, 언어 공부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따라 언어선생님이 10분이나 일찍 도착 했습니다. 공부를 시작한지 한 시간쯤 지났는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보통 공부 시간에는 전화기를 꺼놓고 전화를 받지 않는데 오늘은 잊어 버렸습니다. 전화를 받아보니 "웬수"였습니다.

사역을 위해 의논할 일이 있으니 잠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30분 후면 공부를 마치지만, 선생님 성격으로 봐서 앞으로 남은 시간이 지금까지 공부한 시간보다 더 많습니다. 그래서 11시 넘어서 집으로 가겠다고 약속을 하고 끊었습니다.

그러고 계속 공부를 했는데 원래 공부 마치는 시간인 10시가 되자 그동안 배우던 국제 인권 선언문 조항을 전부 마치고 새로운 과로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시계를 보니 10시, 마치는 시간입니다. 그 때 머리에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전화"

그래서 선생님에게 말했습니다. "로꾸루, 오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서 만나야 해서 그만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못내 아쉬운지(?) 그러면 새로 배울 과에 대해 간단한 소개만 하고 마치자고 했습니다. 그냥 마치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공부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야호! 해방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웬수"같은 목사님의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목사님을 만나자마자 제가 손을 잡고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목사님, 제가 캄보디아에 와서 목사님을 만나 후 오늘같이 목사님이 고마울 때가 없었습니다. 목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인사를 했습니다. "또 뭔 소리하려고 그래?" 물론 어리둥절했겠지요. 그 다음에 나올 말이 두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1절은 좋은 말인데 2절이 되면 "웬수"라고 말하기 때문에 두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따라 그 불룩한 똥배, 눈썹 없는 눈썹, 매력이라고는 하나 없는 "웬수"가 어찌 그리 이뻐보이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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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안 된다고요? 그럼 아래 글 중에 "아직도 공부하세요"를 읽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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