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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올라온 게시물이 있었습니다. 캄보디아에 살며 느낀 점을 넋두리처럼 적는다며 몇 가지 올렸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캄보디아 사람들은 거짓말을 잘하니 절대 믿지 마라. 남의 것을 훔치고도 죄책감은 전혀 없는 사람들이니 훔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마라. 은혜를 갚을 줄도 모르고 결국에는 배신으로 상처받으니, 정을 주지 마라. 마지막으로 권한을 주면 절대 안 된다.

 

아마도 이곳에서 사업을 하며 캄보디아 사람으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던 분 같습니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의 글을 소개하려는 의도가 아니고 제가 관심 있게 본 것은 그 글에 대한 다른 교민의 반응이었습니다. 댓글들이 한결같이 “동의”한다는 글뿐이었습니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전부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것은 분명 아닐텐데 많은 사람이 한결같이 그렇다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얼마 후에 동료 선교사를 만나 대화를 하다가 이 글에 대해 말했더니 그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였습니다. 선교하는 선교사든 사업을 하는 교민이든 캄보디아 사람들은 “거짓말에 은혜를 배신으로 갚는 사람들”이란  평가에 어느 정도 공감하며 동의한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도 그 평가에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교회의 사역자들 가운데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잘못이 있어 불러 야단치면 적반하장으로 왜 자신에게 화를 내냐며 더 큰 화를 내며 문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러면 남은 사람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랑과 정성을 쏟았는데 그럴 수 있느냐며 배신감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니 실은 넋두리가 넋두리만은 아닌 셈입니다.

 

하지 마라, 믿지 마라, 주지 마라… 그러는 이유를 이해는 하지만 선교사는 해야 하는 사람들이고 줘야 하는 사람들이고 믿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모르고도 속고 알고도 속고, 속아도 또 속아줄 준비를 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 마라, 주지 마라, 믿지 마라… 그러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곳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제 나름대로 마음에 새기는 원리 혹은 원칙이 만들어졌습니다. 첫째로 그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신뢰를 보냅니다. 그러나 그들이 나에게 똑같은 사랑과 베풂과 신뢰로 갚아 줄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베푼 만큼 받으리라 기대하면 그때부터 상처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베풀고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오늘 그들이 나와 함께 있다고 내일도 함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습니다. 오늘 나와 함께 있으니, 그들에게 오늘의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내일 떠나도 미련 없이 보낼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기억하면 사역도 삶도 마음도 편안해진다는 것을 오랜 시간 경험으로 체득했습니다.

 

오늘 또 “캄보디아 사람”을 만납니다. 저는 그냥 오늘 해야 할 저의 분량만큼 할 일을 합니다. 그들이 어떤 사람이며, 내일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202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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