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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국에서 중고 수입 오토바이들이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주로 일본에서 수입되는 중고 스쿠터 종류들이 이미 낡을 대로 낡아서 심각한 매연을 뿜고 있지만 겉모양은 새것처럼 만들어서 팔고 있다는 그런 요지의 소식이었습니다. 한국이 일본 중고 오토바이의 폐차장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그 뉴스를 보면서 제가 살고 있는 캄보디아를 생각했습니다. 한국은 그래도 중고 오토바이가 뿜어내는 심각한 매연에 문제를 느끼고 뉴스거리가 되는 좋은 나라입니다. 남의 나라에서 실컷 쓰다가 버리는 쓰레기 같은 오토바이를 수입해서 파는 것이 나라를 위해 그리 좋은 일이 못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뉴스라도 들을 수 있는 좋은 나라입니다.

 

캄보디아는 정말 한국 자동차의 폐차장입니다. 생산된 지 십년이 훌쩍 넘은 중고 한국 자동차들이 프놈펜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그 종류도 정말 다양합니다. 무슨무슨 교회 봉고차부터 시작해서 우체국 택배, 이사짐 센터, 속셈학원, 심지어는 무슨무슨 구청 청소차까지 있습니다. 한국에서 수명을 다하고 폐차장에 가야할 차들이지만 캄보디아에서는 산업의 역군(?)으로 대접 받으며 대로를 거침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매연입니다. 어떤 차는 얼마나 심한 매연이 나오는지, 뒤에 따라가면 도대체 어떤 차가 뿜어내는 매연인지, 매연이 나오는 차가 매연에 덮여서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렇듯 심한 매연을 뿜으며 달리고 있지만 누구하나 눈살 찌푸리는 사람이 없습니다. 시커먼 매연을 토하면 기껏 소맷자락으로 코를 막거나 손으로 입을 막는 것이 고작입니다.

 

자동차의 매연과 함께 캄보디아의 아름다운 환경을 망치는 또 하나의 범인은 한국산 중고 오토바이들입니다. 한국의 대림 오토바이는 가장 잘 알려진 오토바이 가운데 하나입니다. 물론 백퍼센트 중고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우편배달용 오토바이들입니다. 십년 이상 된 오토바이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캄보디아의 거리는 한국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의 폐차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쓰다가 더 이상 쓸 수 없는 것들.... 버리긴 아깝고 사용할 수는 없는 것들.... 이런 중고 자동차들의 폐차장으로 선택된 슬픈 땅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왜 나쁜지, 왜 그러면 안되는지, 이런 자동차들이 앞으로 이 나라의 환경에 어떤 재앙을 가져줄지 생각하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땅입니다.

 

저는 또 다른 폐품 처리 장소가 되어 버린 캄보디아를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의료 선교팀이 단기선교를 와서 진료를 하고 남은 약품들을 잔뜩 안겨주고 갔었습니다. 약품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고마움도 잠시 뿐이었습니다. 그 약들의 대부분을 써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려야했기 때문입니다.

 

약의 대부분이 유통 기한이 지났거나 거의 다 된 것들이었습니다. 약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분명히 아는 것은 유통 기한이 지난 약품을 써서는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옷은 중고라도 좋습니다. 시장에 가면 중고 옷들이 새 옷과 함께 팔리고 있습니다. 신발도 한국 중고는 좋습니다. 저도 중고 시장에서 샌들을 사서 신었습니다. 그러나 약은 다르지 않습니까? 건강과 직결되어 있고 생명과 관련 있는 것 아닙니까? 아프다고 아무 약이나 먹일 수 없듯이 약이 부족하다고 유통 기한이 지난 약을 먹일 수야 없는 문제 아닙니까?

 

유통 기한이 다 지나버린 약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캄보디아가 한없이 불쌍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라가 가난합니다. 국민들도 가난합니다. 힘있는 나라, 부자 나라에서는 공해를 배출한다고 문을 닫는 공장들이 이곳에서는 줄줄이 새로 생깁니다. 시커먼 매연을 뿜어내는 썩은 자동차라도 감지덕지 타야하는 나라입니다. 십년, 이십년 후에 어떤  재앙이 올지 생각할 여유조차도 없는 나라입니다.

 

선교라는 이름으로 재고품을 처리하는 장소쯤으로 취급되는 이 나라가 불쌍하고, 그 약을 받아들고 두손 모아 "어꾼...어꾼(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연신 몸을 구푸리는 그들의 구부러진 등허리가 한없이 슬퍼 보입니다. 캄보디아는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올 여름 또 수많은 단기 팀들이 이 땅을 밟고 지나갈 것입니다. 누구라도 이 땅을 밟고 지나갈 때, 비록 쓰레기통을 뒤지며, 오물덩이 위에 집을 세우고 사는 초라하고 누추한 그들일지라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며, 그들이 선교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임을 마음에 새기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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