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293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캄보디아 생활이 3년을 지나 4년이 되어 갑니다. 캄보디아 사람처럼 그렇지는 못해도 생활의 많은 부분이 캄보디아화(化)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뜨거운 날씨며 무질서며 교통질서 없는 거리 등은 자연스런 삶의 일부분처럼 느껴집니다. 그만큼 캄보디아화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 말이겠지요.

 

열악한 캄보디아의 현실 속에서 많은 것을 참고 견디며, 때로는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정말 답답하고 견디기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의료" 문제입니다. 날씨 더운 것이야 참으면 되고 생활의 불편들이야 포기하면 되지만, 몸이 아플 때는 참을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는 참으로 답답한 경우들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지난번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인천 공항에서부터 현찬이가 열이 나고 몸이 좋지 못했습니다. 가벼운 감기려니 생각하고 종합 감기약을 먹이고 쉬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2~3일 열이 떨어지더니 다시 열이 나기를 며칠 동안 반복하였습니다. 한국에서 돌아온 이후에 며칠 간 "꺼꽁"이라는 지방에서 GMS 지부 O.T가 있어서 참석하느라 피곤하고 힘들어 그렇겠지 생각하고 계속 감기약만 먹였는데, 지난 주에는 기침이 심하고 열이 많이 나고 오한을 느껴 할 수 없이 병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곳의 병원들은 모두 의료 수준이 낮고 열악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기에 할 수 없이 조선족 여 의사가 원장으로 있는 "ㅈ 병원" 응급실로 늦은 밤에 갔습니다. 의사가 이것저것 묻더니 "댕기열병"일 가능성이 있다면 입원하여 치료하라고 했습니다. 제 생각에 분명히 댕기열병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입원하고 피검사를 시작으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입원한 둘째 날부터는 열도 떨어지고 상태가 좋아서 퇴원을 하려고 했더니 댕기는 일주일은 입원해야 한다고 하며 더 있으라고 했습니다. 저는 병원에 있으면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아서 일단 퇴원하고 외래로 와서 주사도 맞고 치료를 받겠다고 하고 퇴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다시 병원에 와서 링거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주사를 맞을 때 어지럽다고 하더니 주사를 다 맞은 후에 생생하던 아이가 하루 종일 병든 병아리 모양 이리저리 푹푹 쓰러져 잠만 자는 것입니다. 너무 이상해서 병원으로 전화를 해서 문의를 했더니 댕기 때문이라고 빨리 와서 다시 입원을 하라는 것입니다. 열도 없는데 무슨 댕기냐고 했더니 열이 없는 댕기도 있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정말 기가차서 말이 안나오더군요. 댕기열병이라고 부르는 병에 열이 없다고 하니, 의학의 "의"자도 모르는 제가 들어도 의사가 정말 의사인지 묻고 싶더군요.

 

아이에게 도대체 어떤 치료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댕기 치료를 위해 페니실린 항생제를 주사했다고 대답을 해서 진단서를 발급해 달라고 했습니다. 진단서의 병명에 "댕기열"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진단서의 아래쪽에 피검사 결과가 기록되어 있는데 댕기검사 항목에 "Negative(음성)"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댕기도 아닌 사람들 댕기라고 진단하고 피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을 보였는데 독한 항생제를 아이에게 주사했으니 아이가 약에 취해서 병든 병아리 모양 하루 종일 잠만 잤던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점점 기침이 심해지고 열도 높아서 할 수 없이 다른 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비가 너무 비싸서 생각지도 못했던 S.O.S 병원으로 갔습니다. 이 병원은 외국인 의사들이 진료를 하기 때문에 진료비가 너무 비싸서 아무리 아파도 갈 생각을 못했던 병원인데 다른 방법이 없어서 결국에는 문을 두드렸습니다.

 

피검사와 X-선 검사, 댕기와 말라리아 검사 등 모든 진료를 마치고 의사는 현찬이의 병은 기관지염인데 치료시기를 놓쳐 악화가 된 상태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아주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서 약을 먹고 며칠 뒤에 다시 경과를 살피기로 했습니다. 그날 처방약을 먹고 나서 신기하게도 열도 떨어지고 기침도 잦아들고 아이의 상태가 점점 호전되었습니다.

 

자신들이 치료하고 있는 환자가 무슨 병을 가진 환자인지 조차 파악도 못하고 무조건 링거를 꽂고 항생제를 쏟아 붇는 무책임한 의사들에게 병든 몸을 맡겨야 하는 이 나라의 의료 현실이 안타깝다 못해 화가 납니다. 병원에서 댕기라고 하길래 인터넷으로 댕기열병에 대해 조사를 했더니 놀라 까무라칠 정도였습니다. 댕기열병에는 항생제 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리 중국 의사라지만 의사의 자격에 대해 묻고 싶었습니다.

 

다행스럽게 현찬이는 이제 거의 다 치료되어 약간의 잔기침만 하고 아직 약은 먹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아무리 급해도 아무 병원이나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값비싼 교훈을 다시 깨닫고 배웠습니다. 저희 가족 모두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1. No Image

    그냥 1불 주고 말지....

    매주 토요일에 현섭이와 현찬이가 태권도를 배우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국가 대표팀을 지도하는 한국인 사범께서 주말에 교민 자녀들을 위해 태권도 교실을 열었습니다. 캄보디아 국가 대표팀이 훈련받는 체육관에서 한국인 사범님과 캄보디아 국가 대표 선수...
    Date2006.03.19 By우리목사님 Views1706
    Read More
  2. No Image

    캄보디아 7대 불가사의 제 1 편 - 문자가 어렵다 크마에가 어렵다

    캄보디아의 문맹률은 대략 30~50%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추측된다는 말은 믿을만한 통계를 산출하는 기관이 없다는 뜻입니다. 한 국가에서 통계는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캄보디아는 아직 통계를 산출할 정부 조직이나 행정력이 없습니다. 그래...
    Date2005.07.15 By우리목사님 Views3111
    Read More
  3. No Image

    세계 7대 불가사의라굽쇼????

    캄보디아를 소개할 때면 의례적으로 빠지지 않는 내용이 있습니다. 시엠립의 앙코르왓이라는 사원입니다. 앙코르 유적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프랑스의 식물학자인 앙리 무오가 1860년 우연히 밀림 속에 버려진 유적을 발견하고 귀국하여 "솔로몬의 성전...
    Date2005.07.04 By우리목사님 Views1788
    Read More
  4. No Image

    캄보디아는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며칠 전 한국에서 중고 수입 오토바이들이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주로 일본에서 수입되는 중고 스쿠터 종류들이 이미 낡을 대로 낡아서 심각한 매연을 뿜고 있지만 겉모양은 새것처럼 만들어서 팔고 있다는 그런 요지의 소식이었습...
    Date2005.06.29 By우리목사님 Views2812
    Read More
  5. No Image

    음식은 사랑으로 조리되고 마음으로 먹습니다.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육선이 집에 가득하고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잠17:01) 현섭이와 현찬이가 지난 1월부터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모든 교과서와 필기구, 공책까지 제공을 합니다. 심지어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계...
    Date2005.02.01 By우리목사님 Views1349
    Read More
  6. No Image

    우리집 공식 영어 "스몰콰이엇"

    요즘 현섭이와 현찬이가 영어 배우는 재미에 신이 나있습니다. 가끔씩 영어로 하는 만화 영화를 보며 알아듯는 말이 나오면 한국말로 동시 통역까지 하며 실력을 과시합니다. 오늘은 밥먹는 식탁에 앉아서 아이들이 너무 떠들고 밥을 먹지 않아서 "조용히 해!"...
    Date2005.01.14 By우리목사님 Views1735
    Read More
  7. No Image

    강....강도가 들었대요....

    요즘 우리 동네 골목은 한창 공사 중입니다. 어느날 한 집에서 대문을 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마신플렁 소리로 온 동네를 시끄럽게 만들며 대문을 새로 만들고 페인트 칠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바로 그 옆에 있는 집이 똑같이 대문을 수리하였습니다. ...
    Date2004.12.19 By우리목사님 Views1437
    Read More
  8. No Image

    고도를 기다리며....

    얼마전 오후에 아내와 함께 모토(오토바이)를 타고 시내에 볼일이 있어 갔다 왔습니다. 사실은 아이들 학교 문제 때문에 학교를 방문하였습니다. 이곳 캄보디아에 학교 같은 학교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 교육 문제가 항상 고민입니다. 그런데 어떤 분께서 한 학...
    Date2004.11.20 By우리목사님 Views1667
    Read More
  9. No Image

    어린이 선교사의 굳은 결심....거의 이순신 수준입니다.

    오늘 한국에서 온 짐을 정리하다가 빼빼로 과자 상자 하나가 나왔습니다. 과자는 다 먹은 빈 상자인데 찢어져 있었습니다. 쓰레기인줄 생각하고 버릴려고 했는데 상자의 안쪽에 두편의 시가 적혀 있었습니다. 현섭이가 한국에 있을 때 빼빼로를 먹고 상자를 뜯...
    Date2004.09.30 By우리목사님 Views24507
    Read More
  10. No Image

    나를 미치게 하는 "마신 플렁"......

    캄보디아는 전기 사정이 좋지 못합니다. 우기에는 비가 자주 내려 그런대로 전기가 잘 공급되지만 건기에는 하루걸러 하루씩 꼭 정전이 됩니다. 더운 날씨에 정전이 되면 정말 난감합니다. 감옥처럼 앞뒤가 꽉막힌 집, 창문도 없는 집에서 더위를 이기는 것이 ...
    Date2004.09.15 By우리목사님 Views177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