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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칼럼] 무기력한 선교사와 십자가  

황태연 선교사(GMS 선교훈련원장)

 

한해를 마치면서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는 선교사에게 누가 위로해 줄 것인가? 그를 용서하고 격려하며 새 힘을 줄 자 누구인가? 외쳐도 작은 소리 하나 만들 수 없는 이방의 거대한 도시 속에서, 아니면 빈 메아리라도 들려오지 않는 어느 외딴 벌판에서 그들의 첫 비전과 첫 열정은 어디로 갔나? 남보다 자신이 더 처량하게 여겨지는 이 마지막 달에….

 

지난 주, 나는 나의 선교지에 있었다. 내가 걸었던 거리는 내겐 지저분하다기 보다 어수룩한 거리다. 그렇게 오래 살았건만, 이 낯익고도 낯선 길가에서 나는 다시금 무기력함을 느낀다. 내가 어떻게 이 거리에서 살아왔단 말인가? 차는 시끄럽게 지나가고 나는 마냥 걷는다. 그 때다. 길가 가게의 한 진열장에서 십자가를 보았다. 나무로 만든 것이다. 100년은 족히 넘게 보인다. 100년 동안 나무에 달린 예수. 그 긴 세월 동안 손도 잘려버리고 발도 다 닳아서 이젠 몸뚱이에 허벅다리만 남았다. 나는 그를 바라본다. 쓸쓸하고 무능해 보인다. 그때 그가 나를 부르는 것만 같았다. 내 안에서….

 

어느 선교사가 고백했다. 스스로의 상실감에서 선교지를 떠나야 되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기도하는데 십자가가 보이더라나…. 그래서 그는 떠날 수가 없었단다. 많이 듣던 이야기다. 마치 <쿠오바디스>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이. 그러나 그게 그만은 아니다. 어느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자기 손이 묶이고, 발에 못이 박혔을 때, 자신이 그토록 무능력해 보일 때, 갈보리 십자가는 그의 참된 위로요, 다시금 힘이다.

 

나는 훈련원에 들어설 때마다 입구에 세워진 십자가를 본다. 높이 세워져 훈련원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십자가이다. 눈이 내린다. 이 겨울날, 바람 소리가 윙윙거리는데도 십자가는 서있다. 누가 이것을 이곳 세계 선교회 상징으로 세웠으리라. 그렇다. 본부건물, 훈련원 강의실, 친절한 직원, 벽에 붙은 잘 생긴 백인 선교사 포스터, 시시각각 수정해야 하는 훈련프로그램, 이런 어느 것 보다, 선교사에겐 예수의 십자가만이 위로요, 힘이다. 한해가 져가는 길목에서 화려한 성탄절 속에서도 가슴에 상실감에 젖어드는 선교사들은 아무 힘도 없어 보이는 이 십자가가 다시금 그들의 힘이 되길 바란다.